[이슈분석]“애플 믿고 투자했는데”… 한국 OLED 부품 생태계 초비상 걸리나

애플이 차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아이폰 신모델에 큰 기대를 접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관련 부품 업계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실이라면 큰일'이라는 것이 부품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애플 기대감에 생산 용량을 확대했는데 주문량이 줄면 공장을 놀려야 한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시장 반응에 맞춰 매월, 매 분기 단위로 부품 주문량을 조절하고 생산 계획 역시 시시각각 바뀐다”면서 “아이폰X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해 가뜩이나 쉽지 않은 상황인데 차기 모델 부품 주문량이 큰 틀에서라도 꺾이면 정말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애플 아이폰용 OLED 패널 생태계에 있는 국내 기업은 적지 않다. 아이폰X에 탑재된 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단독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아이폰X 판매량이 신통치 않으면서 신규로 투자한 OLED 생산라인 가동률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계획했던 증설 투자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로 생산 장비를 공급하던 협력사 역시 연간 출고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애플 OLED용 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를 단독으로 공급했던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도 공급 물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시스템LSI사업부의 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 웨이퍼를 받아 패키징용 범핑 작업을 도맡았던 국내 협력사 역시 일감이 줄어들 전망이다.

OLED 패널과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경영성인쇄회로기판(RFPCB) 업계는 지금도 비상이 걸려 있다. RFPCB는 단단한 경성(Rigid)과 구부러지는 연성(Flexible) PCB가 하나로 결합된 부품을 의미한다. 아이폰X는 전면 베젤을 없애기 위해 RFPCB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기, 비에이치, 인터플렉스, LG이노텍 등이 RFPCB를 애플에 공급한다. 애플 아이폰X 판매가 예상보다 낮아 지금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메탈 칩온필름(COF) 분야 역시 타격이다. 투메탈 COF는 OLED 패널과 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 기판을 연결하는 부품으로 양면에 미세 회로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템코와 LG이노텍이 애플 OLED 패널용 투메탈 COF를 공급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를 투메탈 COF에 패키징하는 작업은 스테코에서 이뤄진다.

OLED 소재 업계도 영향권이다. 삼성SDI는 아이폰X OLED 패널 발광층의 그린 인광 호스트 재료를 공급 중이다. 덕산네오룩스와 두산전자도 발광층을 제외한 정공수송층(HTL) 계열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널 주문이 줄어들면 소재 판매량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공급 계약을 따내면 시설투자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협력사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과 철저한 수요조사를 통해 너무나 과감한 투자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