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위성 주파수 국제등록은 반드시 필요하다

유대선 국립전파연구원 원장.
유대선 국립전파연구원 원장.

정부는 천리안 1호 위성 임무 수명을 2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천리안 1호 위성의 '건강 상태'가 당초 예상보다 좋기 때문에 운영 기간을 2018년 4월에서 2020년 3월로 연장한다는 것이다. 천리안 1호 위성은 우리나라가 직접 추진한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이다. 2010년 6월에 발사된 뒤 기상과 해양 관측, 시험용 통신 중계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면서 국민 생활과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우리나라는 1992년 우주과학 연구용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여러 위성을 발사하거나 보유하게 됐다. 올해와 내년에는 천리안 1호 위성을 대신해 기상과 해양·환경 관측 임무를 띤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목적 소형·중형 위성을 비롯해 2030년까지 국산 발사체로 위성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위성을 제작하고 발사하는 것과 동시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위성이 활동하는 위치(궤도)와 사용하는 주파수를 국제등록 하는 것이다. 지상에 있는 사람이 3만6000㎞ 상공에 있는 위성을 조종하고 위성으로부터 원하는 자료나 방송통신 신호를 받으려면 전파를 이용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그러나 전파라는 통신 수단은 여러 사용자가 같은 주파수 전파를 동시에 사용하면 전파간섭이라는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이야기를 하면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전파간섭이 발생하면 전파를 통해 주고받는 정보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다. 국제등록은 전파간섭을 피하기 위한 국가 간 약속 또는 절차를 말한다.

국제등록은 국립전파연구원이 유엔 산하 전파·전기·통신 전문 기관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해 수행하고 있다. 국제등록을 완료하려면 전파간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와 조정 협상을 해야 한다. 조정 협상이란 전파간섭이 발생할 소지를 사전에 확인하고 제거하는 기술 조치다.

조정 협상에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두 나라가 먼저 발사한 위성과 조정 협상을 하는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위성 주파수의 국제등록은 꼭 필요하다. 국제등록을 하지 않고 위성을 발사하면 상대 위성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우리 위성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위성을 이용한 서비스는 지상 재해로부터 안전하고 다른 나라까지 포함할 정도로 서비스 지역도 넓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국가 간 위성 주파수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세계를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기 위해 저궤도 위성 1만개를 쏘아 올리겠다고 한다. 그만큼 주파수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위성이 사용할 궤도와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러 내기 위해서는 위성 기술과 주파수, 협상 능력 등을 고루 갖춘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정부와 학계, 연구계, 업계의 더욱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

유대선 국립전파연구원장 dsny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