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과 LG도 중소기업이었다

27일은 LG가 창업한 지 71주년을 맞는 날이다. 이에 앞서 22일은 삼성 80주년 창립일이었다. 삼성과 LG그룹이 불과 일주일 간격으로 세상에 나왔다. 두 거인의 역사는 드라마 자체였다. LG는 1947년 '락희화학'을 설립하면서 태동했다. 당시 매출 3억원에 종업원은 겨우 20명인 작은 제조 기업이었다. 지금은 매출 150조원에 종업원 22만명을 넘어섰다.

삼성도 출발은 미미했다. 1938년 대구에서 청어물과 건어물을 취급하는 '삼성상회'가 모태다. 창업자를 포함해 40여명이 전부였다. 역시 중소기업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80년 만에 매출 300조원, 종업원 50만명에 이르는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했다.

전자 산업은 특히 삼성과 LG에 큰 빚을 졌다. 대한민국 전자 산업 태동에서 부침, 성장을 함께했다. LG는 1958년에 금성사를 설립하고 전자 산업에 진출해 국내 첫 라디오, 흑백TV 생산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후 1990년대 중반에 이동통신, LCD, 에너지 등에 진출해 큰 족적을 남겼다.

삼성은 1969년 삼성전자와 전기를 설립하면서 보폭을 넓혔다. '전자'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반도체에 앞장서서 뛰어들어 세계 1위에 올려놨다.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1등을 거머쥐며 세계 굴지의 전자그룹으로 재탄생했다.

잔칫날을 맞은 두 거인은 납작 엎드렸다. 조촐한 기념행사에 그치고, 아예 창업일이라는 사실조차 알리고 싶지 않은 분위기였다. 잇따른 악재로 신뢰가 떨어진 면도 있지만 단지 대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부가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한몫했다.

기업은 기업일 따름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있는 그대로 봐주어야 한다. 법과 제도로 시비는 가려야 하겠지만 기업 자체에 선입견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 색깔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정책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면 '해바라기' 기업만 양성할 뿐이다. 이제는 정부가 아닌 국민이 원하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첫 단추가 성공한 기업을 바라보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