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31>'4차산업 빅뱅 전도사' 이상철 IGM 회장

이상철 IGM 회장은 “4차산업 혁명은 빅뱅 혁명”이라면서 “창의력과 AI, 네트워크가 4차 산업혁명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상철 IGM 회장은 “4차산업 혁명은 빅뱅 혁명”이라면서 “창의력과 AI, 네트워크가 4차 산업혁명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상철 IGM 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늘 시작하는 삶이다. 정년(停年)이나 은퇴와 거리가 멀다. 이력이 화려하다. 공학박사로서 KT통신망 연구소장과 KTF 사장, KT 사장, 장관, 대학총장,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두루 역임했다. 한국 무선통신사의 산증인이자 '테크노 CEO'로 불리는 그는 지난해 말 국내 CEO 교육기관인 IGM의 회장직으로 새 일을 시작했다. 이 회장을 21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IGM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 회장은 여전히 일을 대하는 열정이 넘쳤다.

-어떻게 회장직을 맡게 됐는가.

▲절친한 지인인 전성철 IGM 전 회장이 지난해 말 좀 도와 달라고 했다. 처음에 고문직을 제안 받았는데 그가 로펌으로 가면서 일을 도맡게 됐다.

-늘 시작하는 삶을 사는 비결이 따로 있는가.

▲이제껏 어떤 자리를 탐낸 적이 없다. 그러나 가서는 최선을 다했다. KTF 사장직은 당시 내부에 무선통신 분야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발탁됐다. 2000년 12월 KT 사장에 취임했을 때는 민영화가 큰 숙제였다. 민영화 과정에서 비화가 많다.

-어떤 일인가.

▲2001년 정부 주식을 매각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 미국에서 당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사장을 찾아갔다. 그가 KTF에 2억달러를 투자할 때 내가 사장이었다. MS가 투자한다니까 KTF 주식이 18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게이츠에게 “MS가 유무선에 투자하면 대박난다. 투자하라”고 했더니 5억달러를 KT에 투자했다. 그때 A4 용지에 그림을 그려 가면서 설명했는데 게이츠가 그 종이를 달라고 해서 줬더니 가져갔다. 뉴욕에서 한 시간 단위로 투자자를 만나 KT에 투자할 것을 설명했다. 그 방을 '워룸(War Room)'이라고 불렀다. 하루에 10회 이상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들을 만나 질의응답을 했다. 그때 나를 당황하게 한 질문이 “다 좋은데 그다음이 뭐냐”는 거였다. 하루에 25억달러어치를 매각했다. 최고 거래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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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CEO 교육을 할 계획인가.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시대 화두다. 기업이 뭘 해야 할지, 일하는 방식과 경영 등에 관한 CEO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은 빅뱅 혁명이다. 1차 증기나 2차 전기, 3차 인터넷혁명과는 차원이 다르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에 직접 글씨를 쓰면서 현상을 설명했다) 컴퓨터와 통신 발달 속도, 모바일·네트워크 등이 정치 및 경제 등 모든 것을 확 바꾼다. 지금이 빅뱅 포인트다. 세상에 없던 게 생긴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준비가 미흡하다.

-기업은 어떻게 혁신을 해야 하는가.

▲지난날 기업은 모든 일을 내부에서 다 해결했다. 지금은 기업이 크라우드 소싱을 한다. 자본이나 연구개발(R&D)도 외부 자원을 이용한다. 미국 로컬모터스를 보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는 디자이너가 1만명이다. 로컬모터스는 6만5000명이다. 외부 프리랜서다. 크라우드 소싱으로 기술과 디자인을 혁신한다. 본사 직원은 수백명에 불과하다. 로컬모터스가 차 1대를 만드는 기간은 무척 짧다. 비용은 기존 100분의 1 수준이다. 누가 이기겠는가. 중국 하이얼은 8만여명의 직원을 2000개 팀으로 나눠 일을 한다. 중국 하웨이는 'X랩'이라는 조직이 있다. 큰 프로젝트는 구글, 아마존, MS, 시스코 같은 세계 대기업을 초청해 계약해서 함께 일한다. 세계 최고 기술을 다 흡수한다. 중국 샤오미는 점포 없이 온라인 판매를 한다. 한국 기업은 아직도 모든 걸 다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이제 일하는 방식을 다 바꿔야 한다. 이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옛날식으로는 아무리 잘해도 망한다.

-강의도 하는가.

▲과정별로 첫 강의를 한다. 주제는 '네트워크 파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상상력, 인공지능(AI), 네트워크다. 블록체인은 기존과 전혀 다른 상상력에서 나왔다. 매매할 때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계약서를 어디에 둘까 고민할 이유가 없다. 블록체인은 신뢰와 소유를 분명히 한다. 이런 건 상상력에서 나온다. AI와 네트워크는 잘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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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에서 '탈통신'을 강조했다.

▲통신업체가 망 구축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입했는가. 수십조원을 쏟아 부었다. 통신선을 빨랫줄처럼 깔아서 망과 서비스를 빌려 줬다. 망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기업은 따로 있다. 인터넷TV(OTT) 서비스다. 구글, 페이스북, 우버, 카카오톡, 네이버 등은 통신업체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요즘 잘나가는 기업은 OTT로 먹고산다. 탈통신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빨랫줄 방식은 안 된다. LG유플러스는 비디오라는 가치를 만들어서 수익을 창출했다.

-세계 1등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1등 기업 CEO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성공 집념이 강하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조직을 벤처 스피릿으로 쪼갠다. 혁신을 해야 성공한다. 과거 30년 동안의 변화가 요즘은 5년으로 단축됐다. 혁신하지 않으면 1등 기업도 오래가지 못한다.

-정보통신부 장관에는 어떻게 발탁됐는가.

▲KT에 있을 당시인 2002년에 김진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김대중 대통령의 뜻인데 내각에서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을 해 왔다. KT에 할 일이 많아서 “더 훌륭한 분이 일을 하셔야죠” 하고 거절했다. 그 후 2002년 7월 KT 거제도 수련관 개관식 참석차 거제에 내려가 아침 TV를 시청하는데 신임 정통부 장관으로 내 이름이 거명됐다. 깜짝 놀라서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왔다. 나 때문에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던 임명장 수여를 오후 2시로 늦췄다. 광운대 총장직은 장관 그만두고 해외에 나가 있는데 밤중에 후배가 전화로 권해서 얼떨결에 갔다. LG유플러스는 구본무 회장이 “나하고 일 한번 하시죠”라고 말했다. KT와 경쟁사여서 고민을 많이 했다. 구 회장은 인간미가 있어 매력 넘치는 분이다. 그는 수시로 “식사나 한번 하시죠”라고 말했다. 그러면 함께 나온 사람들이 곁에서 “이제 그만 오시죠”라며 부추겼다. 그렇게 하다가 LG유플러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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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재활협회장으로 오래 재직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가.

▲12년 동안 회장으로 일했다. 장애인들에게 정보기술(IT)은 밖으로 향하는 창이다. 아내가 서울 성북구 정릉에서 사회복지법인 우리누리를 15년째 운영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인데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하자고 했더니 형님들이 다 찬성했다.(둘째 형님이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이다) 50년 이상 된 집이어서 3층으로 신축했다. 장애인복지는 그들과 함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장애인이다. 나이 들면 장애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는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분이 장애인 보호자다. 장애인 어머니는 자기 인생이 없다. 요즘 복지시설에 기부해도 세제 혜택이 없다. 그러다보니 기부가 줄고 있다. 정부가 살아 있는 복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

-주역은 언제 배웠는가. 주역이 주는 교훈은.

▲멀미는 왜 하는지 아는가. 멀미는 어디로 갈지 모를 때 한다. 선장이나 운전자는 멀미를 하지 않는다. 미래를 알면 괜찮은데 모르면 멀미를 하게 된다. 나는 인생 법칙이 뭔지 알고 싶어서 주역을 배웠다. 주역이 주는 가르침은 겸손이다. 겸손하지 않은 사람이 잘되는 건 본 적이 없다.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은 말 그대로다. 겸손은 덕(德)을 베푼다는 의미다. 특히 사회지도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이게 사회 통합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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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은.

▲자격이 될지 모르지만 시골 초등학교 교장을 하고 싶다. 선친께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오래 재임했다. 교육은 이제 디지털로 가야 한다. 누가 얼마나 이 점을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AI와 어떻게 생활할지를 가르쳐야 한다. 미국은 1000여개 대학이 대규모 온라인 강좌인 '무크(MOOC)'를 만들어서 전 세계에 배포했다. 미국 오클랜드에서 하위 70%를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을 했더니 1년 만에 상위 2%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 교육은 틀리지 않는 법을 가르친다.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한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잠재돼 있는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 교육을 해야 한다.

-시간 관리 노하우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업 CEO일 때는 바쁘니까 삼선(三先)을 했다. 남보다 먼저 보는 선견(先見), 남보다 먼저 결정하는 선결(先決), 남보다 먼저 행동하는 선행(先行)이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조지 버나드 쇼가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주기 아깝다”고 말한 바 있다. 젊음을 낭비하지 말라는 의미다. 요즘 댓글을 보면 젊은이들이 남 탓을 많이 한다. 비록 현실이 힘들어도 열심히 자기 주도로 일을 해야 한다. 과거 영화배우 짐 캐리가 빗속에서 우산 쓰고 부른 '사랑은 비를 타고(signing in the rain)'란 노래가 있었다. 비를 탓한들 무슨 소득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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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과 취미는.

▲'어려운 일은 절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를 늘 생각한다. 쉽게 풀리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역설이지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다. 매화는 엄동설한에 움을 틔운다. 바둑과 골프를 포함해서 모든 일에 다 흥미가 있다. 친구들과 만나 떠들면서 얘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 바둑은 아마 6단이다.

이상철 IGM 회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에서 석사, 듀크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6년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무선 분야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다. 1982년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내며 한국 군 통신지휘 체계 토대를 세웠다. 1991년 KT에 입사한 뒤 통신망연구소장과 KTF 사장, KT 사장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때 정통부 장관을 거쳐 광운대 총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5년 동안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지냈고, 한국장애인재활협회장과 한국산업융합학회장으로 활동했다. 청조근정훈장, 정보통신의날 정보통신 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이현덕 대기자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