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에너지 자립(Energy Zero)과 에너지 나눔(Energy 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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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장
<김영명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장>

지난 겨울은 17년 만의 최강 한파라는 이슈와 함께 에너지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난방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2월 최대 전력 수요가 8824만㎾를 기록하면서 동계 최대 예측치를 훌쩍 넘었고, 언론에서는 이례로 10차례 발령된 전력수요감축(DR) 내용을 집중 조명했다.

전력 수요는 연간 고르게 분포되지 않고 최대 수요와 평균 수요 간 갭이 발생한다. 2016년 한국전력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최대 수요는 85GW, 평균 수요는 62GW로 갭만 23GW에 이른다. 이는 계절 요인에 의한 수요 변동성도 있지만 저렴한 전기요금에서도 기인한다. 누진제 적용 대상인 가정용 전력 수요 13.3%를 제외하면 생산용과 공공·서비스용 전력 수요의 86.7%가 이러한 갭 해소를 위한 피크 관리 대상이다.

전기는 저장이 어려워서 최대 수요에 맞춰 발전 설비가 건설되기 때문에 최대 수요가 클수록 발전 설비 과잉이 우려된다. 무조건 설비와 발전량을 늘리기보다 수요 간 갭을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에너지 절약을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과소비도 억제해야 한다.

정부 에너지 정책은 친환경화 못지않게 발전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에너지 자립(에너지 제로)' 및 에너지로부터 소외되는 계층과 함께 나눠 쓸 수 있는 '에너지 나눔(에너지 셰어)'을 동시에 논의하고, 국가 차원의 해법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에너지 토큰 제도' 도입을 통한 에너지 절감 활동의 생활화 추진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에너지 절약 활동을 하면 이에 상응하는 토큰을 지급하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도입이다. 적립된 토큰을 전기요금·공과금 등 납부에 사용하거나 가정용 태양광 설치, 1등급 가전제품 구입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국민 의식과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에너지 툴'로 에너지 효율화를 확산시키고 에너지 낭비 최소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공장·병원·학교 등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의 노후화된 에너지 설비를 전면 교체하고,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최적의 운영 제어로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과 전기자동차(EV)의 충방전(V2X) 보편화를 통해 생산된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 ESS 인센티브 연장, ESS 가정용 요금제 신설, 전기차 수요관리(EV-DR) 제도 도입 등과 같은 마중물 제공이 뒷받침된다면 신기술 확산은 용이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소외 계층의 냉난방 비용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개선이다. 제도는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대상자가 지난해 기준 절반도 안 되는 60만가구 규모로 한정됐다. 여름철 냉방 비용은 지원 불가로,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쌀을 구매해서 나눠 주는 방식이 아니라 농지를 구입, 경작을 통해 쌀을 수확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지방자치단체 건물 또는 부지 대상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고, 발생되는 발전 수익을 에너지 바우처로 전환시킨다면 자연스럽게 국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선도 이행뿐만 아니라 에너지 복지 실현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일부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한 산발성 움직임은 작은 불씨만을 남기고 꺼질 수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국가 차원의 정책 방향을 정립하고 이에 따르는 일관된 추진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업은 물론 국민 모두 동참, 에너지 절약과 나눔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김영명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장 young-myoung.ki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