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업계, 확률형아이템 신뢰 잃다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게임사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에 과징금을 매겼다. '이용자를 기만했다는 것'이다. 게임사도 할 말이 있다. 공정위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과중한 벌금을 매겼다고 주장한다.

공정위는 서든어택이 이벤트에서 제공한 16개 아이템 모두 다른 확률로 등장함에도 게임사가 '랜덤 지급'이라고만 표기했다는 것을 제재 이유로 들었다. 공정위의 해석 폭이 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업체는 0.0005~0.008%의 극히 낮은 확률로 아이템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사는 이를 1% 미만이라고 표기했다. 이벤트를 통해 확률이 5배 이상 증가한다고 부추겼다.

확률형 아이템은 한국 게임 산업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연착륙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게임 산업의 병폐 가운데 하나인 '작업장'을 배제하는데 기여했다. 이용자 가운데 1% 미만인 '헤비 과금러'에 의존한다. 이들은 한 달에 수백만원 이상을 게임에 지불한다. 이 덕분에 대부분 게임 이용자는 큰 금액을 들이지 않고도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은 이제 '신뢰 비즈니스'로 취급받기 어려워졌다. 확률형 아이템의 존재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방법이 문제였다. 게임사는 교묘한 방식으로 이용자의 눈을 가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공정위 조사에 게임사가 억울함을 표시해도 공감대 형성이 잘 안 된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제기되던 2015년부터 자정 기회를 얻었다. 관련 법 제정 움직임도 많았다. 게임사의 비즈니스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산업에 굴레가 될까 걱정하는 이들이 도왔다.

최근 게임업계는 개별 아이템 확률 공개를 골자로 한 2차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이 수준에 게임업계가 동의하는데 3년이 걸렸다. 게임업계는 그동안 이용자로부터 믿음을 잃었다.

“그래도 한다”는 호언장담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게임업계의 비즈니스모델(BM) 개선을 촉구한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