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전문은행, 혁신DNA 잃지 말아야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라는 존재감을 괄목할 성과로 보여 줬다. 고객 수 62만8190명, 수신액 1조900억원, 여신액 8560억원을 돌파했다. 기존 은행에서 대출 받지 못한 서민을 끌어안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대면 금융 거래 플랫폼을 성공 모델로 안착시킨 것, 새로운 정보기술(IT) 금융 시스템을 1년 동안 큰 사고 없이 운영했다는 점도 큰 성과다. 빠른 고객층 확대와 인지도 확산도 고무시킨다.

케이뱅크는 1주년을 맞아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7개국 대상으로 서비스를 곧 시작한다는 글로벌 진출 전략을 공개했다. 하반기에는 일본, 중국, 동남아, 유럽까지 확대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 프로세스 IT화와 서비스 혁신을 통해 기존 금융산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365일 24시간 중단 없는 간편 서비스와 낮은 금리로 고객에게 가깝게 다가섰다. 은행 위주 서비스를 고객 중심으로 바꿔 놨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내 금융 서비스 구조 혁신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 단순한 절차 간소화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구한 가치의 일부일 뿐이다. 이미 많은 시중 은행이 서비스 간소화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아왔다. 대형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뛰어넘는 이종 사업자 결합과 플랫폼 혁신, 다양한 모바일 기반의 비대면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력이 떨어지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는 힘든 경쟁 상황이다.

은산분리 문제 해결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혁신 아이콘답게 IT·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을 활용, 새로운 시각에서 부가 가치 높은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협할 새로운 신뢰 및 자산 거래 시스템인 블록체인도 등장했다. 긴장해야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에 혁신을 더한다는 취지로 세상에 나온 것처럼 혁신 DNA를 잃는 순간 존재 가치도 함께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