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영업비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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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도 몰라~.”

1990년대에 마복림 할머니가 고추장 광고에서 말해 화제가 된 말이다. 서울 중구 신당동 떡볶이 맛의 핵심 비결인 고추장 '비법'은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요즘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서도 맛집 주인은 음식 소개를 하면서도 중요한 재료는 “이건 우리 가게 비법”이라면서 공개하지 않는다.

음식 비법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상식인 가운데 첨단 반도체 사업장의 영업비밀 공개 여부가 논란을 빚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한 종합편성채널 PD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란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사업장이 안전 관리를 위해 노동부에 제출하는 문건이다. 이 보고서에는 생산 라인 배치도, 공정 흐름도와 장비 역할, 사용하는 화학물질 모델, 시설 종류와 개수 등이 담긴다. 공정 작업 내용이나 화학물질 모델 등은 삼성전자의 노하우와 기술력이 집약돼 만든 '비법'이다. 이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경쟁사에 핵심 기술을 넘겨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산업재해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경쟁사도 볼 수 있도록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까지 모두 공개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기흥·화성 등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측정결과보고서의 공개를 막아 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수원지방법원에는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맛집이 비법을 모두 공개하고, 다른 식당이 모두 따라 한다면 더 이상 맛집으로 남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과연 비법을 지킬 수 있을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