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16일 삼성반도체 작업보고서 국가핵심기술 여부 판단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16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산하 반도체 전문위원회를 열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국가 핵심 기술이 포함됐는지 판단한다. 최근 보고서 공개 여부를 놓고 '알 권리'와 '기술 유출'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전문가 심의가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운영되는 전문위가 '보고서에 핵심 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하면 삼성전자가 청구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 등에 줄줄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12일 서울 광화문 무역보험공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가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지, 공공 정보인지 다음 주 16일 열리는 반도체 전문위에서 전문위원들이 판정한다”고 밝혔다.

백 장관은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의 안전과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고민할 것이고, 산업부는 국가의 기밀 사항을 굉장히 고민해야 하는 부처”라면서 “산업 기술이 외국이나 경쟁업체에 유출될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전문위원들이 화학물질이나 전체 배치 그런 것들을 한 번 보면 (국가 핵심 기술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필요하면 두 번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전문위는 정부 측 위원 1명과 민간 위원 13명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과 공장 도면, 라인별 근로자 수, 공정 이름 등이 담겨 있다.

전문위에 속한 한 인사는 “아직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열람하기 전이어서 섣부르게 말할 수는 없지만 반도체 공정 전문가라면 아주 작은 힌트 하나로도 핵심 기술을 유추해 낼 수 있다”면서 “이 점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고용부는 한 종합편성채널 PD가 정보 공개를 청구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과 기흥·화성·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6일, 삼성전자는 이달 2일 해당 자료는 영업 비밀에 해당된다며 고용부 결정을 막기 위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산업부에 자료 내용이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산업부에 동일한 요청을 할 예정이다. 전문위 판단은 행정소송에서 중요한 증거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소송 중 고용부의 자료 공개를 막기 위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소송 첫 기일은 13일, 가처분 신청 결과는 13일 또는 16일에 나온다.

고용부는 해당 자료가 영업 비밀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보고서에 담긴 내용만으로는 영업 기밀 누출 우려는 없다”면서 “대전고등법원도 지난 2월 삼성이 주장하는 영업 비밀이라고 할 만한 정보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상생협력데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고서에는) 우리의 30년 노하우가 들어 있다”면서 “공개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국가 핵심 기술 해당 여부와 관계없이 산재 입증자와 아무 관련이 없는 3자에게 민간 기업의 내부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번 건보다 더 큰 일은 고용부와 여당 국회의원들이 추진하는 산안법 전부 개정안이라고 강조했다.

산안법 전부 개정안에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법이 제정되면 경쟁사나 경쟁국에서 우리 기업의 물질 활용 여부를 온라인으로 손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신창현 의원 등이 발의해 국회에 묶여 있는 산안법 개정안과 병합돼 법이 통과되면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포함해 유해위험 방지계획서, 공정안전보고서 등 기업의 각종 안전보건자료도 '누구나' 공개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