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달콤하지만 독이 든 사과 '애플'

애플스토어 로고(자료=전자신문DB)
애플스토어 로고(자료=전자신문DB)

그야말로 급전직하(急轉直下)다. 불과 1년, 아니 정확하게는 6개월도 안 돼 상황이 180도 달라질 줄 누가 알았을까. 애플 때문에 웃다가 울고,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국내 전자 부품 업계 이야기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애플은 우리 산업계에 고마운 존재였다. 신제품 아이폰X(텐)에 국내 기업 부품을 대거 채택했다. 애플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디스플레이드라이버IC(DDI), 투메탈칩온필름 등을 국내에 조달했다. 해당 기업 실적은 수직 상승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이 급반전했다. 아이폰X 판매가 부진하자 애플이 부품 주문을 크게 줄인 것이다. 애플 물량에 대비해 증설한 공장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일부 회사는 전 직원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할 정도로 여파가 크다. 대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마저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지고, 영업이익도 반 토막 날 정도다.

애플의 책임이 적지 않아 보이지만 보상을 묻기는 쉽지 않다. 애플은 대형 고객사다. 한 해 만드는 스마트폰만 2억대가 넘고, 모델 종류도 많지 않아 부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우수 고객이다. 삼성보다 더 깐깐한 단가 인하 압력과 재고 관리로 악명 높지만 애플의 구매력, 시장 영향력에 수많은 기업이 여전히 제품 납품을 희망한다.

그러나 애플과 거래가 성공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아이폰X 사례에서 확인됐다. 오히려 너무 믿고 의존하면 회사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사업이 잘될 때일수록 항상 경계하고 미래 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새삼 중요하게 다가온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