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61>개인정보를 유출한 페이스북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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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의 사이버 펀치]<61>개인정보를 유출한 페이스북과 신뢰

“죄송합니다. 의원님.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미국 의회 청문회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사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의원들의 거센 질의가 이틀 동안 계속되었지만 저커버그의 거침없는 답변과 후속 처리가 완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컨설팅업체 조사는 가입자가 약 9% 탈퇴하고 35% 이상이 사용률을 줄였다고 하지만 캐럴라인 에버스 페이스북 글로벌 광고영업 총괄은 40조원에 이르는 광고 매출에 별다른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CEO가 미 의회 청문회에 첫 출석해 정보유출 파문에 대해 사과했다.(인디펜던트 영상 갈무리)
<저커버그 CEO가 미 의회 청문회에 첫 출석해 정보유출 파문에 대해 사과했다.(인디펜던트 영상 갈무리)>

지난 3월 페이스북은 영국 케임브리지애널리틱스(CA) 플랫폼이 개인 정보 8700만건을 불법 수집했고, 심지어는 이 정보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활용됐다는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페이스북 개인 정보 정책은 도마 위에 올랐고, 더 이상 프라이버시는 없다고 주장하던 저커버그는 의회에 출석해서 증언해야만 했다. 유럽에서까지 그의 증언을 요구하고 있다. 필리핀 대선 개입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개입, 심지어는 페이스북 사용자 20억명 정보 도용 의혹까지도 불거진 형국이다. 이 정도면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범죄 행위에 속한다. 그러나 페이스북 정보 유출 사태 처리 과정은 우리가 겪어 온 그것과 사뭇 다르다.

저커버그는 의회에 출석해서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하고 서비스에 의한 개인 정보 수집 및 활용을 즉각 통제하도록 조치하고, 개인 정보 피해 신고에 포상금 4000만원을 약속했다. 앱 실태 조사와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정보 보호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의회는 이를 인정했다. 정보 유출 사건이 나면 우선 발뺌하고 종합 대책을 열거하는 수준의 우리 정보 보호 피해 조치와 비교된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61>개인정보를 유출한 페이스북과 신뢰

미국 정부는 개인 정보 보호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다. 열람청구권, 정정청구권, 처리거부청구권이 포함된 개인 정보 자기결정권을 검토하고 국민 주권 보호 차원에서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도 언론도 페이스북 죽이기에는 나서지 않는 눈치다. 기업의 잘못 추궁에 앞서 국가 경제를 고민하는 선택이겠지만 한 가지 잘못으로 몰락해야 하는 기업 문화는 아니다. 잘못된 기업을 대상으로 시시비비 가리기에 급급한 우리 정부와 언론이 반성할 일이다.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페이스북에 자국민 개인 정보 피해 조사를 요구했다. 우리나라도 8만6000명에 이르는 국민 개인 정보가 피해를 보았지만 정부의 피해 조사 요구 관련 보도는 없다. 그 대신 우리나라 정부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서비스 사업자들의 개인 정보 수집 관련 실태 조사를 시작했다. 제2의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이해하지만 다른 기업에 불똥이 튀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사건이 날 때마다 정부의 관리 소홀을 꾸짖는 언론의 자제도 필요하다. 질책을 피하기 위해 정부는 계속 규제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61>개인정보를 유출한 페이스북과 신뢰

페이스북 사태 후속 조치는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저커버그의 의회 증언과 사후 대책 의사를 소비자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언론의 보도와 정부의 발표도 신뢰한다. 비록 8700만명 정보가 유출되고 후속 피해가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페이스북 사용자 신뢰는 잠시 멈칫할 뿐이다. 물론 이번 사태 결말은 미지수지만 제도 개선과 일시 충격으로 끝날 기세다. 한 가지 잘못이 드러나면 껍질까지 벗겨 가며 고통을 겪다가 결국은 몰락하는 우리나라 기업 문화도 새로운 전기를 맞아야 한다. 신뢰의 상실보다 큰 피해는 없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