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암호화폐 ICO, 도덕성 해이 엄단해야

촉망받던 벤처 CEO가 학력을 부풀려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P2P금융협회장까지 지낸 유명 벤처 CEO는 학력을 위조했다는 민원이 금감원에 접수돼 의혹에 휩싸였다. 조사 결과 당사자는 학부와 대학원 학력을 모두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잘못된 경력을 홈페이지와 백서에 기재하고, 이를 내세워 수백억원대 암호화폐공개(ICO)에 성공했다. 부랴부랴 회사 대표직까지 사임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학력을 내세우지 않았고, 이득을 취하려고 한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학력 뻥튀기'는 도덕성 문제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보를 허위로 조작했다면 명백한 범죄 행위다. 본인은 악의가 없었다지만 회사 가치를 판단하는 백서에 거짓 정보를 올린 건 또 다른 문제다. 'ICO백서'는 15~20쪽 정도 사업 보고서다. ICO 투자자는 별다른 참고 자료가 없어 온전히 백서에 의존한다.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심각한 피해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산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정부는 ICO를 전면 금지했다. 그만큼 ICO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안전판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투자 유치 수단으로 불완전하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ICO는 유력한 자금 조달 채널로 희망하는 초기 기업이나 벤처가 많다. 국내에도 여러 기업이 스위스나 싱가포르 등으로 우회 추진을 하고 있다. 백서 한 장으로 창업자금 수백억원을 지원받는다는 점 자체가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매력을 끌기 때문이다.

ICO는 새로운 투자 모델로 자리 잡을지 기로에 서 있다. 초기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벤처 CEO 일탈로 넘겨서는 안 된다. 모럴 헤저드가 자칫 전체 기업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투기가 아닌 투자로 ICO를 만들고 싶다면 가장 먼저 신뢰를 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