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 비웃는 애플 불공정 영업 관행

애플코리아가 지난 10년 동안 출고가 인하 시 이동통신서비스업체 재고 보상 요청을 거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는 출고가를 인하할 때 이통사와 합의해 유통점 재고 보상안을 협의한다. 휴대폰 출고가는 제조사 주도로 결정하기 때문에 출시 당시 정상 출고가로 매입한 단말기 재고에 대해서는 재고 보상을 하는 것이 국내 유통 관례다. 이미 수년 전에 문제점을 파악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코리아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아이폰 광고비, 무상수리비 대납 등 갑질 사례는 더 늘었다는 지적이다.

우월 지위를 이용한 애플코리아 갑질은 국내 휴대폰 유통 시장 혼란을 부추겨 왔다. 애플코리아 재고 보상 거부로 인해 이통사마다 동일 기종 구형 아이폰 가격이 제각각인 상황이 연출됐다. 국내 유통과 애프터서비스(AS) 관행도 깡그리 무시하기 일쑤다. 공정위 엄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소비자 단체와 유관기관의 끊임없는 지적에도 애플코리아에 대한 공정위 제재가 실제 이뤄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업계 지적이다.

애플코리아는 국내 업계엔 두려운 존재다. 돈 되는 개통 업무는 애플코리아가 직접하고 해지 등 귀찮은 업무는 대신 하라고 일방 통보해도 이통사는 '울며 겨자 먹기'다. 이통사는 '애플코리아가 10년 동안 아이폰 출고가 인하에 따른 재고 보상을 하지 않았다'고 전하면서도 자사명이 노출되는 걸 두려워한다. 차라리 그냥 100% 부담을 떠안고 출고가를 인하한다. 소비자 가격 불균형 현상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구조다. 애플코리아는 이통사에 '비밀유지계약서'를 빌미로 외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요구한다. 공정위와 소비자단체, 언론 질의에도 애플코리아는 묵묵부답이다. 한국 소비자 경시 태도도 이미 익숙하다. 아이폰X(텐) 출시 당시 유독 한국에서만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자국민 보호를 위한 외국 기업 규제가 세계 대세다. 일국의 공정위조차 비웃는 애플 불공정 영업 관행을 깰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