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원자력 장기 계획서 '파이로-SFR 실증' 뺀다

정부가 미래 원자력 시스템 장기 계획에서 파이로프로세싱(핵연료 재처리)·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 실증 계획을 뺀다. 최근 논란을 빚은 해당 연구개발(R&D) 사업이 기초·원천 연구에 국한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발은 하되 실증은 하지 않는 모호한 결론이다. 찬반 양측 비판이 예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7일 관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파이로-SFR R&D 사업안을 마련 중이다. 최근 활동을 마친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R&D사업 재검토위원회' 권고를 반영한 정부 최종 입장이다. 기존 파이로·SFR R&D·실증 계획에서 일부 내용을 조정했다.

종합 파이로 실증 시설 구축, SFR 실증로 건설 같은 '실증 사업' 제외가 핵심이다. 2020년까지 핵심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이후 사업은 다음 단계에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연구 단계에서도 R&D 성과를 반기별로 점검하고, 결과를 이후 사업비에 반영한다. 전담 평가단의 성과 점검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등 엄격한 사업 관리 체계를 도입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장기 계획에서 파이로·SFR 실증 사업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전문가 재검토 결과를 반영한 정부안을 마련, 찬반 양측과 국회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가 말한 '장기 계획'은 2016년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의결한 '미래원자력 기술 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이다. 2025년 초우라늄(TRU) 핵연료 제조시설 건설, 2028년 SFR 실증로 건설 계획을 담고 있다. 실증시설 구축비용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장기 계획은 사용후핵연료 부피·독성을 줄일 미래 원자력 시스템 대안으로 파이로·SFR 연계 시스템을 명시했다. 2020년까지 기술 개발, 2021~2028년을 실증 시설 구축, 2029~2039년을 기술 입증 단계로 봤다.

이 가운데 실증 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게 현 정부 입장이다. 최근 불거진 적정성 논란에 한 걸음 물러난 모양새다. 파이로·SFR 사업은 기술 현실성과 경제성에 의문이 제기돼 별도 재검토까지 거쳤다. 최근 재검토위가 2020년까지 사업 지속을 권고했지만 공정성·투명성 논란이 이어졌다.

정부가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불씨는 남았다. '실증 없는 연구'가 논란거리다. 해당 연구를 수행하거나 찬성한 측은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연구가 제한되면 사용후핵연료 정책 결정 과정에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가 원자력진흥위원회도 개최하지 않은 채 탈원전 기류에 밀려 사업을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해당 연구의 근본 목적은 향후 사용후핵연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러 카드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것”이라면서 “이때 정확한 데이터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으려면 실증 단계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파이로·SFR 연구 반대 측에서는 '생색내기용'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기존 장기 계획은 실증을 명시했지만 과기정통부 소관의 '원자력 R&D 5개년 계획(2017~2021)'은 2020년 이후에 실증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재검토 전과 정부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