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혁신성장…정부 R&D 지원 '오히려 축소'

올해 R&D부문 조세지원 감소...산업계 '홀대론' 나올 수밖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그 기반이 되는 R&D 지원을 줄이는 앞뒤 안 맞는 정책을 이어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연평균 R&D 예산 증가율로 0.7%를 제시했다. 같은 기간 복지 예산은 9.8%, 교육 예산은 7.0% 늘린다. 기업이 R&D에 투자할 때 제공하는 조세 지원도 올해부터 줄인다.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R&D 예산·조세 지원이 모두 감소세다. R&D 예산 증가율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대로 급락한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2018년에도 비슷한 증가율에 머물렀다. 1%대지만 인건비와 물가상승, 엄청난 흑자 예산 기조를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세다.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2017~2021년) 연평균 R&D 예산 증가율을 이보다 낮은 0.7%로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 혁신성장과는 동떨어진 예산 운용 방식이다.

이는 5년 동안 전체 예산 증가율(5.7%)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주요 예산 항목인 보건·복지·고용(9.8%), 교육(7.0%), 국방(5.8%) 부문 증가율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수치다.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산업계에 '홀대론'이 나오는 이유다.

R&D 예산이 10조원대에 처음 진입한 것은 2008년(11조1000억원)이다. 20조원 돌파까지 무려 13년(2021년 20조원 예상)이 걸리는 셈이다. 정부가 경기 회복, 일자리 창출 등 주요 정책 추진을 위해 매년 '슈퍼 예산'과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는 상황과 대조된다.

기업이 R&D에 투자할 때 정부가 제공하는 조세 지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R&D 부문 조세 지원은 지난해보다 약 400억원 줄어든 2조6709억원이다. 전체 조세 지원에서 R&D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71%다. 2013~2015년 R&D 조세 지원 비중은 9~10%에 달했지만 2016년부터 3년째 6~7%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올해 R&D 조세 지원 감소 주요 원인으로 대기업 대상 조세 지원 축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세 특례 감소(전년 대비 -411억원)를 꼽았다. 조만간 일몰 예정인 R&D 조세 지원 사업도 많다. 기재부 '2018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R&D 부문 조세 지원 사업 총 14개 가운데 9개가 올해나 내년 일몰 대상이다.

정부가 R&D 지원을 늘리지 않는 것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 규모여서 '확대'보다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재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정부 재정 지출을 통한 양적인 R&D 투자 노력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명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도 R&D 예산도 양적 증가보다 지출 효율화를 통한 재정 지원 효과 제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지출 효율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규모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도 문재인 정부의 낮은 R&D 예산증가율(5년간 연평균 0.7%)을 언급하며 적정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지원 규모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 때문에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면서 “과학기술 등 핵심 R&D 지원이 줄고 있는 만큼 정부는 지출 효율화와 함께 지원 확대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