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작업보고서 '국가핵심기술' 포함…행심위도 정보공개 집행정지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일부 포함돼 있다는 전문가 심의 결과가 나왔다. 기술 유출을 이유로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금지해달라는 산업계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 심의 결과는 삼성전자가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막아 달라며 제기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삼성전자가 제기한 고용노동부의 보고서 정보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 2차 심의를 열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30나노 미만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술 등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여부를 놓고 진행 중인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에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보고서 자료를 공개키로 한 고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결정 취소를 골자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이날 삼성전자가 제기한 기흥·화성·평택·온양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 집행정지신청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19일과 20일 양일에 걸쳐 정보공개 청구인에게 제공할 예정이었던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본안 행정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본안 심판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1~2개월 내에 본안 심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날 “본안 심판에 앞서 고용부가 보고서를 공개해버리면 다툴 기회 자체가 없어진다”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중앙행정심판원은 이달 초 삼성디스플레이의 요구에도 동일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산업계는 산업부와 권익위 판단에 안도하면서도 고용부가 무분별하게 민간기업 영업비밀 자료를 공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고용부는 지난 2월 1일 대전고법이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패키지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를 유족에게 공개하라고 판결한 후 “앞으로 보고서를 적극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당사자인 삼성은 기흥, 화성, 평택 반도체 사업장과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등은 온양 건과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삼성 반도체 공장 보고서를 공개 청구한 이는 노동조직 반올림 노무사와 종합편성채널 PD 등 산재 입증과는 관련이 없는 제 3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행정심판과 더불어 수원지법에도 고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결정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 13일 이에 대한 첫 심리를 진행했고 이번 주 중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준사법적 권리구제 절차인 행정심판과 더불어 사법기관인 법원 양쪽에 정보공개를 보류시킬 수 있는 집행정지 신청과 정보공개 행정 처리의 취소를 요구했다”면서 “둘 중 하나라도 삼성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정보공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파장은 산업계 전반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알 권리와 국가 핵심기술 유출 논란이 곳곳에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