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사, 임단협 교섭 '또' 결렬…“극적 타결이냐 법정관리냐”

한국지엠과 노동조합이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제10차 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비용절감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군산공장 직원의 추가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도 제시했다. 퇴직 위로금 지급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는 비용절감 합의와 관계없이 신차 투입, 고통 분담, 군산공장 해결안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4월 5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대치 중인 한국지엠 노조 (출처=한국지엠 노동조합)
4월 5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대치 중인 한국지엠 노조 (출처=한국지엠 노동조합)

18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약 2시간 반 동안 인천 부평공장에서 2018년도 임단협 제10차 교섭을 벌였다.

이번 교섭에서 사측은 오는 20일까지 1000억원 규모 복리후생비용 절감을 골자로 하는 자구안에 먼저 합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20일은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정한 법정관리 '데드라인'이다. 다만 노조가 요구했던 군산공장 근로자 고용 문제에 대한 대안을 '별도 제시안' 형태로 이날 처음 내놓았다. 사측은 비용절감에 합의할 경우 희망퇴직 후 군산공장에 남은 근로자 680명이 해고를 피하도록 희망퇴직, 전환배치, 무급휴직 시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군산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1회 추가로 실시하고 부평·창원 등 다른 공장의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환 배치에서 제외된 직원에 대해선 생산능력이 정상화되는 2022년까지 5년 이상 무급휴직을 시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조가 중요하게 내세웠던 군산공장 직원들의 고용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로, 상당히 진전된 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신차 배정과 관련해 부평공장에서 2019년 말부터 트랙스 후속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생산을 개시하고 2021년 추가 SUV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노조에 전달했다. 창원공장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생산을 2022년부터 개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진 한국지엠 군산공장 생산라인.
지난 2월 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진 한국지엠 군산공장 생산라인.

하지만 노조는 군산공장 고용과 신차 배정 문제를 먼저 확정해 비용절감 자구안과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2022년 말리부 단종에 따른 부평2공장 생산물량 확보 대책과 직영정비 경영정상화 방안 및 수익성 확보 방안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기술연구소 부족인원을 군산공장 생산직으로 채우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펼쳤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도 부도를 원하지 않는데, 사측이 계속 교섭안에 대해 성의 있는 답변이 없을 경우에는 분명히 노동조합은 결단할 것”이라면서 “노조가 충분히 고통 분담을 할 수 있지만, 차기 교섭에서는 회사가 신차 배정을 포함한 미래발전 전망 확약과 군산공장 인력 고용 문제 등 2가지 핵심 요구에 먼저 답변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교섭 결렬로 한국지엠은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는 20일까지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GM 본사가 미뤄왔던 차입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지급 예정이었던 지난해 성과급의 절반(1인당 약 450만원)을 주는 데 필요한 720억원과 4월 말에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600명에 위로금도 지급해야 한다. 2~3년 치 연봉, 평균 2억원으로만 계산해도 약 5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달 초 만기였던 9880억원과 지난말이 만기였던 7000억원의 차입금의 만기가 실사 이후로 미뤄진 상황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