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2%에 갇힌 국산 하드웨어, 탈출구는 없나

[이슈분석]2%에 갇힌 국산 하드웨어, 탈출구는 없나
[이슈분석]2%에 갇힌 국산 하드웨어, 탈출구는 없나

국산 하드웨어(HW)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한다. 국산 서버·스토리지 시장 점유율은 2%대에 불과하다. 2013년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장비 강화 육성 정책'을 시행했다. 큰 변화는 없다. 여전히 국산 HW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한다. 원인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영세한 기업…R&D 투자 꿈도 못 꿔

IDC는 지난해 국내 서버시장 전체 규모를 1조3497억원으로 평가했다. 클라우드 활성화 등으로 서버·스토리지 성장은 정체지만 여전히 각각 1조원이 넘는 시장 규모다.

시장은 외산 기업 독무대다. 외산 점유율은 98%를 넘는다. 국산 서버 시장점유율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를 넘지 못했다.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넷앱, 퓨어스토리지가 무섭게 점유율을 늘려가는 스토리지 시장도 국산 점유율은 1%에 그친다.

IDC 관계자는 “국산 제품은 외산과 비교해 기술, 공급사례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서 “가격은 중국·대만 제품에 밀려 샌드위치 신세”라고 설명했다.

국내 서버·스토리지가 성장하지 못한 원인으로 국내기업 영세성을 꼽는다. 국내 상위권 하드웨어 업체는 유니와이드, 이슬림코리아 등도 한 해 매출액은 300억~500억원 내외다. 이외 기업은 100억원 이하다. 세계 전체 수십조원 매출을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과 차이가 난다.

기술 개발도 어렵다. 정부 과제 외 국산화 시도는 생각도 못한다. 서버 국산화는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 핵심 부품이나 섀시, 주기판, 메인보드 등을 차체 설계·제조해야 한다.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해도 시장이 없다. 주요 부품은 인텔, 삼성전자 등이 장악하고 있다. 부속품은 중국·대만 제조업체가 저렴한 가격으로 물량을 쏟아낸다. 일부 전문가는 국내 기업이 국산 서버 개발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을 완료해도 판매 시장이 없어 있던 연구개발(R&D) 인력도 축소했다”면서 “서버·스토리지 업계가 정체된 가운데 외국계 기업까지 경쟁이 치열해 국산업체 설자리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시장에 안주하는 업체도 많다. 외국산 부품과 장비를 조립하는 생산인력과 시설만 확보하면 '직접생산'으로 등록 가능하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외산기업과 경쟁을 피한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에 따르면 직접생산 확인 기업은 2015년 말 서버와 스토리지 분야 각 10개에서 이달 33개와 25개로 3배 늘었다. 직접 생산 확인이 쉽다는 얘기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외산 하드웨어 총판 기업이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생산 인력을 확충해 국내 직접생산으로 등록한다”면서 “직접생산 기준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 기업 경쟁력도 낮아 유통기업까지 서버·스토리지 조립생산에 뛰어드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정부주도 육성정책 성공여부 '미지수'

정부가 서버 국산화에 손을 놓았던 것은 아니다. 국산 서버 개발 역사는 오래됐다. 1989년 정부는 민·관 합동 외산 시스템 대체 위한 주전산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정부 주도 아래 삼성전자, 금성사(현 LG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대기업과 연구기관이 투입됐다. 결과물은 2000년대 정부 공공망에 적용됐다. 이후 저렴하고 성능 좋은 외산 서버에 밀려 사라졌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시 한 번 'ICT 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장비개발, 장비시장 창출·확대, 장비산업 생태계 구축 추진에 나섰다. 과거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수요처 발굴에 적극 나섰다. 같은 해 서버·스토리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논의에 나섰고 2015년 12월 서버 성능과 스토리지 메모리를 한정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했다.

[이슈분석]2%에 갇힌 국산 하드웨어, 탈출구는 없나

일부 성과도 있었다. 공공시장 서버 점유율은 2015년 0.4%에서 2016년 5.1%로 증가했고 스토리지도 2015년 1.0%에서 2016년 3.8%로 소폭 상승했다. 서울시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에 이트론, 이슬림코리아 등은 x86서버를 납품해 국산 서버 안정성도 인정받았다.

국산 서버·스토리지 업계가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버와 스토리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은 업계 의견이 충돌해 반쪽짜리가 됐다. 서울시 데이터센터 구축사업 외 이렇다 할 국산 제품 도입사례가 없다. 일부 공공기관은 여전히 외산 특정 기기 스펙을 지정하는 등 국내 제품 구매를 꺼린다.

지난해 8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아톰과 ARM CPU 기반으로 집적도를 10배 이상 높인 저전력 마이크로 서버 '코스모스(KOSMOS)' 개발에 성공했다. 당초 6개월 내 사업화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중소 업체 여력부족 등으로 답보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한 해 수십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아닌 쫓아가는 상황”이라면서 “시장은 업계가 주도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 수요처를 만들고 기업이 자생하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버·스토리지 국산화…전환점 기대

지난해 과기정통부 과제로 데이터센터용 x86서버 개발을 완료했다. 케이티엔에프(KTNF)는 주관사로 참여해 메인보드 설계와 제작을 수행했다. 오픈시스넷, 유미테크, 이슬림코리아, 티맥스소프트, 전자부품연구원, 한국컴퓨팅산업협회도 참여했다. 올해 말 완료 목표였지만 계획보다 빠르게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과제는 사업화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KTNF는 개발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중소기업과 공유한다. 컴퓨팅산업협회와 50여개 하드웨어 기업은 컴퓨팅사업협동조합을 구성해 제품 공동판매를 실시한다.

컴퓨팅산업협회 관계자는 “티맥스소프트 등 소프트웨어(SW) 기업이 과제에 참여한 이유도 서버 개발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다양한 SW개발까지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면서 “개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국산제품이 현장에 투입되도록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8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난해 국산화 프로젝트에 이어 △데이터 실시간 이중화 기반 데이터 통합관리 스토리지 SW기술개발 △데이터 센터 원격관리 위한 서버 컴퓨팅 장치 제어용 모듈· SW개발 △ 컴퓨팅시스템분야 등 3가지가 추가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올해 과제는 지난해 이어 국산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국산화뿐 아니라 원천기술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뒀다”면서 “국산화 이행 여부에 따라 내년 사업 방향 등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