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산신약 개발 중단, 성장 '과도기'

한미약품 첫 폐암 표적치료제 '올리타' 개발이 중단됐다. 한미약품 첫 혁신 신약이자 27번째 국산 의약품이 고배를 들이켰다.

올리타는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초기에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일각에선 블록버스터급 국산 신약 탄생 기대가 컸다. 국내 제약업계도 '우리도 한미처럼'을 외치며 연구개발(R&D)을 강화했다.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끊임없이 부정 이슈에 휘말렸다. 기술 수출 무산, 임상 도중 환자 사망, 늑장 공시 논란 등이 이어졌다.

2016년 5월 식약처는 3상 임상시험 조건으로 올리타 시판을 허가했다. 신속심사 허가제도 덕이다. 같은 해 10월 올리타는 중증피부이상반응·사망 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안전성 서한이 배포됐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제한적 사용' 조건으로 유지 결정을 했다. 지난해 11월 건강보험 적용도 받았다.

최근 올리타는 임상 개발을 중단했다. 피해 환자는 수백명에 이른다. 복지부·식약처는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유는 임상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무엇보다 경쟁업체에 뒤처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는 항암제 '타그리소'를 올리타에 앞서 개발했다. 유사 약물로 올리타와 대상 환자가 동일하다.

타그리소가 40개 국가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투약되면서 올리타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도 줄었다. 시급한 말기 암 환자는 임상 3상 시험이 종료되고 건강보험도 적용되는 타그리소를 선택했다. 한미약품은 무리하게 올리타 임상을 진행하면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국내 제약 산업 역사는 약 100년 됐다. 신약 개발은 29건에 불과하다. 글로벌 제약사는 신약 개발을 위해 R&D 비용 수조원을 투입한다.

국내 제약 기업은 매출 1조 클럽에 이제 입성했다. 공룡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하기엔 시간, 자금이 부족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미약품 등 국내 제약 기업이 신약 개발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25개 신약 후보물질이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하면 된다. 단 제약사 신약 개발, 기술 수출, 임상 시험 과정에서 미흡한 부문은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