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국산 '카스'나온다...오비맥주, '월드컵 패키지' 역수입

오비맥주 카스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 740㎖
오비맥주 카스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 740㎖

오비맥주의 대표 맥주 브랜드 카스가 역수입된다. 한정 수량에 국한된 이벤트성 제품이지만 글로벌 맥주회사로 인수된 오비맥주가 향후 국내 생산규모를 줄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국내 생산 맥주와 수입맥주에 부과되는 과세표준이 달라 세금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6월 개최될 월드컵을 앞두고 '카스 후레쉬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러시아 월드컵 로고를 제품 전면에 부각해 월드컵 공식 맥주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스페셜 패키지에는 740㎖ 대용량 제품도 포함됐다. 버드와이저, 밀러라이트, 마튼즈 등 일부 수입맥주가 대용량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국내 맥주 브랜드가 740㎖ 캔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카스가 최초다.

[단독]미국산 '카스'나온다...오비맥주, '월드컵 패키지' 역수입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오비맥주 740㎖ 캔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한다는 점이다. 국산 맥주의 경우 판매관리비와 영업비, 마케팅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출고가에 맞춰 세금이 부과된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책정해 관세청에 수입 원가를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맥주가 '4캔 1만원' 등 다양한 할인행사를 펼칠 수 있는 이유다.

국내 브랜드인 카스를 오비맥주가 수입에 나서자 '국내 생산규모를 줄이기 위한 신호탄' '절세 효과로 모기업에 배당을 늘리기 위한 전략' 등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비맥주는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공정이 없는 740㎖ 제품에 한해 수입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국내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결정으로 각종 의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카스는 국내 맥주 브랜드로서 국내 생산 여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수입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노조는 오비맥주가 고용으로 발생하는 선순환 과정을 무시하고 절세 효과를 위해 수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비맥주 노조 관계자는 “올해 교섭에서 역수입 금지를 주문하고 있다”며 “국내 브랜드인 카스를 수입해오는 것은 소비자 신뢰를 기만하는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국내 산업 보호 차원에서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740㎖ 생산 설비가 없어 수입을 진행한다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익잉여금의 1%만 투자하면 가능하지만 국내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생산 규모를 줄이려는 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오비맥주의 카스 수입에 국세청은 위반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류 제조 면허를 보유한 업체는 별도의 수출입면허를 발급받지 않아도 수입과 수출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경쟁사는 국산 맥주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입장이다. 사업을 위해 고용과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수입맥주에 비해 세금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에 국내 생산 제품마저 수입해 들어오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도 고용과 투자를 계속해오고 있다”며 “법 위반 사항은 없겠지만 역수입이 가능한 것은 주류업체가 국내 생산을 고수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