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산업계 '초비상'…"뿌리산업은 해외 이전·폐업 내몰릴 판"

납기 맞추려 연장근무 많은데 추가 고용 힘들고 비용도 부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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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가 7월부터 시행하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 단축으로 비상이다. 제조업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은 인력 수급과 비용 부담으로 사업장 해외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 자동화 설비 지원, 대기업 납품 관행 개선 등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

22일 정부와 산업별 협·단체 공동조사에 따르면 오는 7월 근로시간 단축으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제조 업종은 뿌리산업과 섬유업으로 나타났다. 신제품 개발 직전 근무가 집중되고 근무시간을 특정하기 어려운 연구개발(R&D) 부문, 게임, 소프트웨어(SW)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업도 영향권이다.

이들 업종은 근로시간 단축 영향을 직접 받는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 공정 기술을 활용한 6대 업종을 이른다. 최종 제품에 내재돼 제조업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산업의 뿌리와 같다. 정보통신산업 뿌리인 SW산업도 마찬가지다.

뿌리산업은 주문형 소량 생산으로 납기 준수 연장 근로가 빈번하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추가 고용이 필요하지만 취업 기피 업종으로 인력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 주로 2~4차 협력사인 업계 특성상 납기 맞추기와 출혈 단가 경쟁으로 연장·휴일 근무가 불가피하다.

뿌리산업이 국내 제조업 기반에 해당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업의 존폐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당장 올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는 상시 근로 300인 이상 뿌리기업은 0.8%(207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매출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제조업계를 대상으로 파악한 근로시간 단축 영향을 분석한 결과 뿌리산업계는 이 같은 어려움으로 해외 이전을 고려하는 업체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납기 준수와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자동화 또는 인력 감축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업장 해외 이전이나 폐업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뿌리산업과 섬유 외에 자동차 부품, 조선, 일반기계 업종도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권에 놓였다. 이들 업종은 2조 2교대 근무 형태가 대부분이고, 수주형 생산과 납기 준수가 중요한 업종이다.

게임이나 SW업종, 근무시간 특정이 어려운 R&D, 출장이나 파견 업무가 많은 정보통신기술 부문 인력도 근로시간 단축을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 300인 이상 사업장도 문제지만 이 같은 계획이 확대되면 대다수 소형 ICT업체가 치명타를 받게 된다.

업계는 현행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자동화 설비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등도 과제로 부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이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대기업 납기 및 단가 조정 없이는 소규모 업체가 비용 상승을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최대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대상 기간을 최대 1년으로 확대하고, 정부의 자동화 지원 및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확정 이후 대부분 업종이 제도 시행 유예 기간 연장과 예외 인정 확대 등을 공통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업종별 영향과 건의 사항을 파악해 제조업 전반의 근로시간 단축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