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리뷰] 디어클라우드가 피워낸 '4월의 숨'

[ET리뷰] 디어클라우드가 피워낸 '4월의 숨'

때로는 공허한 백 마디 위안의 말보다, 한 곡의 음악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디어클라우드(용린, 나인, 이랑, 토근)는 지난해 11월 정규 4집 ‘마이 디어, 마이 러버(My dear, My lover)’를 발매했다. 정규 앨범으로는 6년 만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이 앨범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밴드 스스로도 지금까지 발매된 앨범 중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칭할 정도로, 디어클라우드만의 서정적인 감성과 사운드, 세상에 전하고픈 메시지가 선명하게 담겼다.
 
앨범 발매 후 4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공연은 새 앨범 수록곡을 풀 밴드 세트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봐야 할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켰다.
 
디어클라우드는 지난 4월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SAC 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4월의 숨 마이 디어, 마이러버’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지난 11월 발매된 정규 4집 수록 곡과 초창기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대표곡들로 채워졌다.
 
객석의 조명이 점점 어두워지고 4집 앨범의 첫 번째 트랙 ‘클로저(CLOSER)’가 흐르자 디어클라우드가 등장했다. 이 순간을 기다린 관객들은 박수로 디어클라우드를 맞았다. 이번 공연부터 함께 하게 된 신다정(건반)까지 모두 무대에 오르고 나인이 깊은숨을 들이마시자 공연의 막이 올랐다.
 
‘헤어지지 않아 불안하지 않아 더는 울지 않아’ 메아리처럼 퍼지는 나인의 보컬과 밴드 사운드는 ‘You’re never gonna know(유어 네버 고너 노우)’로 이어지며 더욱 선명하고 강렬해졌다. 디어클라우드는 ‘널 위해서라고’까지 세 곡을 연이어 선곡하며 견고한 사운드를 확장해 나갔다.

“공연 시작 전 등장하며 박수를 받을까 멤버들과 이야기했다. 박수가 나온다면 성공한 콘서트가 될 거 같았다. 어렵게 자리해주신다는 거 잘 알고 있다. 4집을 내고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 오랜만이어서 설레고 떨린다. 오늘은 디어클라우드의 익숙한 곡부터 들려드리겠다”
 
이랑의 곡 ‘하루만큼 강해진 너에게’, ‘씨 더 라이트(See The Light)’에서 ‘너에겐 위로가 되지 않을’로 이어지는 무대는 공연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너에겐 위로가 되지 않을’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편곡 버전으로, 용린의 폭발적인 기타 사운드와 토근의 쉴 틈 없이 질주하는 드럼 연주로 관객들을 전율하게 했다. 특히 선율에 맞춰 펼쳐지는 다채로운 조명은 공연의 집중도를 높이는 연출로 꼽힌다. 흥분이 가시지 않던 한 관객은 “이게 디어클라우드지!”라고 소리쳤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환호했다.
 

[ET리뷰] 디어클라우드가 피워낸 '4월의 숨'

디어클라우드의 음악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테마는 ‘위로’다. 디어클라우드는 관객들을 춤추게 할 때도 ‘이제 상처 따윈 저 하늘 위로’ 보내자 했고, ‘지친 밤 눈물 고독한 시간 모두 가져가 나약한 오늘 버텨내며 강해지길’ 응원했다.

이번 4집 ‘마이 디어, 마이러버’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세상에 들려지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의 깊이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디어클라우드의 따스한 시선과 위로의 노랫말은 상처를 치유할 ‘음악의 힘’을 발휘했다.

가난이 서러웠던 때를 떠올리며 쓴 ‘21세기 히어로는 어디에’부터 ‘런 어웨이(Run away)’에 이어 ‘안녕 그대 안녕’까지 이어지며 본격적인 4집 수록곡을 선보였다. 좀 전의 강렬했던 밴드 사운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해지자, 관객들은 숨죽이며 나인의 보컬에 온전히 빠져들었다.
 
“가끔 살기 싫고,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쉽게 후회하고, 과거가 싫어지고 앞으로 잘 살아낼 수 있을지 모를 때가 있다. 저희 앨범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고 말해주신다. 제가 그런 마음이어서, 어떤 마음인지 잘 알고 있다. ‘사는 거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길. 그리고 그런 세상을 밝게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부르겠다.”

‘미안해 너의 얘기를 끝내 들어주지 못했어 고맙던 마음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건반 연주와 나인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미안해’가 시작되자 객석 곳곳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관객들의 감정이 요동치는 사이, 나인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울림으로 퍼졌다. 곡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나인의 목소리는 감정의 여울에 빠져들게 했다.

이어 디어클라우드표 록발라드 ‘사라지지 말아요’, ‘그럴 수만 있다면’, ‘늦은 혼잣말’ 등 디어클라우드 초창기의 록발라드까지 이어지며 꾹 눌러 담았던 모든 감정을 폭발시켰다.
 
공연은 막바지로 흘러갔다. ‘월플라워즈(wallflowers)’, ‘12’, ‘그대와 춤추는 밤’으로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자,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샤이닝 브라이트(shining bright)’를 부르는 나인은 가슴을 뚫을 듯한 고음을 내지르며 섬광을 내뿜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앨범을 들려드리게 됐다. 외로워도 외로움에 사무치지 않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가슴 떨리는 단독 공연을 할 수 있는 건 여러분 덕분이다. 참 감사하다.”
 
공연의 마지막 곡은 이번 공연 타이틀의 동명의 곡 ‘마이 디어(My dear)’, ‘마이 러버(My lover)’였다. 민트색의 조명과 함께 시작된 마지막 무대는 웅장한 사운드를 내뿜으며 마지막까지 감동을 자아냈다. 디어클라우드는 앵콜곡으로 ‘헤미야’, ‘얼음요새’에 이어 4집 타이틀 곡 ‘네 곁에 있어’를 부르며 ‘네가 아파하지 않길 기도’하고 ‘네가 행복하길’ 빌어주며 서로의 숨이 돼 줬다.

전자신문 인터넷 윤효진 기자 (yun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