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셀프주유소·LPG충천소 IC단말기 전환 2년 유예...키오스크도 6개월 연장

정부가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에 설치된 결제 단말기(2년), 각종 무인자판기, 벤딩머신, 병원 결제 단말기(6개월)에 대해 IC 단말기 전환을 유예한다.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주유소에서 직원이 IC 단말기로 결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부가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에 설치된 결제 단말기(2년), 각종 무인자판기, 벤딩머신, 병원 결제 단말기(6개월)에 대해 IC 단말기 전환을 유예한다.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주유소에서 직원이 IC 단말기로 결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부가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에 설치된 결제 단말기의 IC 전환을 2년간 유예한다.

각종 무인자판기, 벤딩머신, 병원 단말기 등 키오스크 기기도 내년 1월 20일까지 6개월간 IC 단말기 전환을 유예한다.

이번 방침에 이미 IC 단말기로 전환한 기존 사업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IC 결제 단말기 전환을 추진하던 다수 주유소가 전환 사업을 중단했다. <본지 3월 15일자 18면 참조>

24일 금융권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오는 7월 20일 IC 우선 승인제 도입을 앞두고 정부가 전국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에 설치된 단말기의 '전환 2년 유예'를 확정했다.

시행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셀프주유소에 설치된 단말기 등은 대당 교체비용이 400만~1000만원이 들어 IC 단말기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았다. 한국주유소협회 등은 금융 당국에 2020년까지 신용카드 IC 단말기 전환 유예를 요청했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와 여신금융협회는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에 설치된 단말기에 한해 2년 유예 기간을 두도록 결정했다. 다만 외부 결제 단말기에 연결된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에 카드결제 정보 등이 저장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도록 했다. 조건부 유예다.

이 POS에 카드 정보가 저장되지 않았다는 증빙을 밴(VAN)사가 하고 가맹점주는 월별로 자체 점검을 했다는 안내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기존 MS 단말기 중 상당수가 IC 겸용이지만 대부분 IC 보안 인증은 받지 않은 제품이다. 사실상 IC 전환 의무가 시행되면 쓸 수 없는 불법 단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IC 인증을 받은 정상 제품과 동일한 권한을 주기 위해 별도 간이 식별 번호를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식별 번호가 없으면 결제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인증 받은 단말기에만 식별 번호가 부여되는데 이들 단말기는 가상 식별 번호를 부여하는 셈이다.

간이 식별 번호는 기존 식별 번호 체계와 동일하게 모델명 12바이트와 버전 4바이트로 구성한다. 모델명은 00으로 시작하고 버전 정보는 9로 시작한다.

이에 따라 수천만원 교체비용이 예상되던 주유소와 충전소는 한 시름 덜게 됐다. POS에 카드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보안 프로그램 모듈만 업데이트하면 된다.

키오스크 기기도 6개월간 유예 기간을 뒀다. 전국 무인 자판기와 병원, 동사무소, 무인주차 발권 시스템 등이 대상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셀프주유소 등에 설치된 ODT(Out Door Terminal) 단말기는 '계량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종의 계량기로 취급되고 키오스크도 KC 인증을 받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안 요건만 충족시키면 외관을 뜯어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유예로 이미 단말기를 교체한 사업자의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주유소 중 절반 이상은 최대 1억원의 비용을 들여 단말기를 교체했다.

한 주유소 운영자는 “정부 말만 믿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IC 단말기로 교체한 사업자만 바보가 됐다”고 밝혔다.

이번 유예 기간 확정은 월말께 여신협회 산하 인증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