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테슬라 위기, 전통 제조업에서 해법 찾아야

[ET단상]테슬라 위기, 전통 제조업에서 해법 찾아야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모터스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다. 어떤 이들은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를 100여년 동안 자동차 산업을 지배해 온 전통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인물로 평가한다. 그는 글로벌 대형 자동차 업체들을 자극해 전기차 생태계에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고, 자율 주행 기술 분야에서 진보를 이뤄 냈다.

전기차를 주류로 만들기까지 테슬라는 무모함에 가까운 도전을 계속했다.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막대한 자본은 물론 기술력과 생산력, 판매와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 국가별로 복잡한 규제와 요구 조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테슬라는 이러한 장애물을 넘어 전기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소비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다.

오직 전기차를 위한 설계와 제조부터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판매망 구축까지 자동차 시장을 재정의한 테슬라의 경영 혁신은 여러 책으로 발간돼 소개될 정도로 대중의 큰 관심을 모았다. 언론들도 테슬라와 머스크 CEO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기 바빴다.

테슬라모터스의 저자 찰스 모리스는 테슬라의 성공 비결에 대해 “때가 무르익은 아이디어, 아주 확고한 신념과 재능이 많은 사람들, 일정 부분의 행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애초 테슬라의 목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테슬라는 처음부터 목표 달성을 위해 3단계에 걸친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첫째는 고가의 로드스터를 만들어 소량 생산한 다음 모델 S처럼 중간 단계의 전기차를 내놓고, 마지막으로 모델3처럼 대량 생산과 판매가 가능한 대중 전기차를 선보이고자 했다.

테슬라는 1단계와 2단계를 차곡차곡 거쳐 현실화가 가장 어렵다고 평가받고 있던 3단계에 진입했다. 반값 전기차라 불리는 모델3 개발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생산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많은 모델3 예약자가 차량을 인도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음에도 테슬라는 대량 생산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40만명이 넘는 고객에게 1000달러를 받고 모델3 예약을 받았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과도한 자동화가 실수였다”면서 대량 생산 체계 구축에 대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이에 앞서 머스크는 지난해 말까지 주당 5000대 생산 목표를 밝혔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로 생산 속도가 늦춰지자 올해 3월에 이어 6월로 두 차례나 계획을 연기했다.

자동차 업체보다 IT 업체에 가깝던 테슬라가 제조업체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예상 가능한 결과다. 전통 제조업 경험이 없는 테슬라 입장에서 대량 생산은 까다로운 도전 과제다. 자동차와 같이 복잡한 제품은 오랜 대량 생산 노하우와 고도화된 공정을 필요로 한다.

테슬라의 대량 생산 실패 사례는 과거 제너럴모터스(GM)나 토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이미 겪은 문제다. 1980년대 생산 라인 전체에 자동화를 도입한 자동차 업체들은 한 가지 결함이 발견되면 컨베이어 벨트 전체가 멈추는 문제 해결에 큰 비용과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과도한 자동화보다 로봇과 숙련된 인력을 적절히 조합해서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자동차 대량 생산은 엄격한 제조 공정과 안정성을 요구한다. 작업 속도 등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수십만개 부품으로 구성되는 자동차를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듯 찍어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지금껏 전통보다 혁신을 강조해 왔다. 기존 자동차 산업에 얽매이지 않는 테슬라의 경영 철학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대량 생산 문제만큼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자동차 산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전문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전통 제조업체와 협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경험은 한순간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테슬라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양지우 레브 대표 info@rev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