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넷플릭스와 제휴, 반갑지만 않은 이유

넷플릭스가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인터넷TV(IPTV)에도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동영상 서비스 계약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IPTV업체가 넷플릭스와 제휴한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않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충격파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이 상륙하면서 한국 휴대폰 시장을 파괴한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잘 만든 콘텐츠와 절반 가격으로 미국 유료 방송 시장 질서를 파괴했다. 케이블TV 유료서비스를 아예 끊고 넷플릭스만 보는 '코드커팅' 현상까지 만들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 점유율에서도 30~60%를 장악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세계 유료방송 '시장파괴자'로 경계 대상 1호에 올랐다.

그럼에도 LG유플러스가 제휴를 모색하는 것은 고객 유치 효과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젊은이가 선호하는 미국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좋은 콘텐츠로 차별화한다면 유료방송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문제는 LG유플러스 전략이 성공한다면 KT, SK브로드밴드 등 경쟁사도 넷플릭스와 손잡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유럽에서도 3위나 4위 통신 사업자를 먼저 공략한 뒤 1, 2위 사업자와 제휴도 성사시켰다. 그런 식으로 시장을 서서히 장악했다.

넷플릭스가 당장 가입자 유치에는 좋지만 IPTV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한 VoD 매출을 빼앗아 갈 수 있다. 넷플릭스 영향력이 커지면 미국처럼 독자 플랫폼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결국 잠재 경쟁자를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

국내 유료방송업계는 이를 염두에 두고 넷플릭스와 제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망 사용료 산정이나 수익 분배 등에서 저자세로 임하기보다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넷플릭스 콘텐츠 파워에 종속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 업체를 육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죽 쒀서 개 주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꼼꼼히 따져 보고 상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