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산업 생태계와 ICT 기술자

[미래포럼]산업 생태계와 ICT 기술자

충남 서천에 가면 국립생태원이 있다. 전시관에는 지구상 다양한 기후대를 테마로 하여 살아 있는 각종 진기한 동물이 전시돼 있다. 아이와 노인의 하루 일정 방문지로 아주 인기가 많아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흔히 꺼내는 말 가운데 '생태계'라는 단어가 있다. 원래 자연계에서 쓰이던 말인데 요즘은 광범위한 의미로 쓰이며, '○○산업 생태계'라고 하는 글이나 말로 쉽게 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다.

생태학은 산업 활동이 시작된 18세기부터 생겨났다. 주로 인간과 자연 환경 관계 속에 산업 발전이 진행되면서 일어나는 각종 환경오염이 상호작용에 의해 다시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작된 학문이다. 신문, 잡지 등에서 보면 산업 생태계를 인간과 상호작용을 단순화시키거나 배제한 채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생태계라는 의미를 회사나 기관과 관계로만 해석한 결과며, 안쪽 사람은 대개 영향이 적은 존재로 표현된다.

최근 ICT 산업에도 이런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줄기차게 달려오던 이 분야도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다 돌부리를 만난 것이다. 해당 산업으로 유입 인구가 줄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구직자 공무원직 편중 현상도 문제이지만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하던 ICT업계 인력 대가를 낮게 책정하는 정부 사업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ICT 관련 구직 인구 감소를 야기, 점점 더 인력 악순환에 빠져들게 하는 원인이다.

정부 예산 한계로 인한 결과일 수도, 무리한 업체 간 경쟁 결과일 수도 있다. 최신 기술과 업계 동향을 파악한 사업 발주 담당자가 최소 예산으로 최대 결과를 내려 하다 보니 그 욕심이 인건비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업 발전을 위해 최소한의 이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제는 이익의 마지노선 밑으로 사업이 등장,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개인 이익도 이익이지만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존속되려면 산업계에 최소 영양분이 공급돼야 한다.

문제는 이런 사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공재 쓰임새가 부적절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떠나고 있다. 국가 기술 발전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 보면 안타깝고 견디기 힘들다.

자연계에 흔히 있는 적응과 자연 선택 주제에서 보면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가 자유로울 리가 없다. 기반 산업화된 ICT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자연 선택이라는 단어는 잔인하게 와닿는다.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의 의무와 같다. 산업 생태계 먹이사슬이 튼실해지려면 건강한 일자리와 건강한 인력은 필수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 인간 인지 능력과 판단 능력을 뛰어넘을 기술이 출현하고 있지만 인간이 개입한 ICT 산업의 기술 발전은 당분간 인간과 함께 지속되리라 생각한다.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 경기에서도 보았듯 창의는 아직까지 인간 고유의 영역이며, 어떻게 하든 변화에 적응하는 게 인간이 아니었는가.

30년이 넘도록 ICT 산업에서 몸담은 경험에 비추면 결국 마지막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안에서 일하는 기술자의 역할 및 역량, 자부심 등이 자라나려면 일한 만큼 대가를 받아 가는 풍토 조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 같다. 묵묵히 일하는 기술자들과 대화를 즐기고 ICT 생태계가 건강해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사람을 만나러 다닌다.

김학성 웨이버스 대표이사 사장 hskim@wav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