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국 메모리 산업 진출 '아킬레스건'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규모 자금력과 공정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대고 있으므로 자금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보고서에 “중앙 및 지방정부, 민간 펀드 지원으로 적어도 10개 이상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지을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취득하는 부분에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중국 메모리 시장 진입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우선은 특허 이슈다. 중국 D램과 낸드플래시 업체가 기존 업체 특허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제품을 생산하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기존 메모리 기업은 지난 수십년간 다양한 특허를 출원하고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본격 메모리를 찍어내기 시작하면 기존 업체는 해당 제품을 수거해 특허 침해 여부를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수급도 걸림돌이다. 2017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보유한 인력은 5만2000명, SK하이닉스는 2만7000명, 마이크론은 3만명이다. 칭화유니그룹 산하 양쯔강메모리테크놀러지컴퍼니(YMTC)가 현재 보유한 인력은 1000명 수준 밖에 안 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기존 메모리 기업의 엔지니어를 고용해 기존 회사에서 습득한 기술 노하우를 가져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소송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마이크론은 중국 푸젠진화반도체(JHICC)와 합작사 UMC를 상대로 영업비밀 절도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 직원이 회사를 옮기면서 기술을 빼갔다고 마이크론은 주장하고 있다.

생산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반도체 기술 미세화가 10나노급으로 내려오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선두그룹 기업조차 진행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후발 중국 업체가 이 같은 기술 과제를 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실제 중국 토종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15년 이상 업력을 갖췄지만 아직 시장 1위 업체인 TSMC에 비해 2세대 이상 기술이 뒤져 있다.

인수합병(M&A)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야심이 드러나면서 미국 정부가 주요 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단 시간에 기술과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M&A가 막히면 자력으로 이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