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신비 비교, 신중해야

[기자수첩]통신비 비교, 신중해야

우리나라 통신비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보고서를 만드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다. 방법은 간단하다. 품질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비교방법론을 개발하면 된다.

다운로드 속도에 1점, 전국 커버리지에 1점, 지하 통신 품질에 1점, 롱텀에벌루션(LTE) 보급률에 1점 등. 이런 방식으로 가점을 부여하면 세계 1등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여기에 알뜰폰, 25% 요금 할인, 저소득·고령층 요금 할인, 결합 할인까지 가중치를 주다 보면 아마 통신비는 해외 대비 절반 이하라는 연구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통신 품질을 고려하자는 한물 간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국가 간 통신비 비교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나라마다 통신 사정은 제각각이다. 어떤 나라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저렴한 통신 정책을 펼 수 있다. 느린 것을 참지 못하는 어떤 나라는 최고 속도를 추구하는 대신 통신비가 약간 비쌀 수 있다.

통신서비스에 가입하는 방법이 다르고, 요금 구조가 다르며, 할인 정책도 다르다. 이동통신 서비스사업자나 알뜰폰 사업 환경이 다른 건 물론이다. 통신비를 비교하려면 기준이 매우 중요하다. 기준이 조금만 달라져도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누군가 임의로 만든 기준을 잣대로 함부로 '싸다' 또는 '비싸다'고 말하기 어려운 게 통신비다.

비교 대상 국가 사정을 잘 알고 모두가 동의할 만한 객관화된 잣대를 만들지 않았다면 그 비교 결과는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교 국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구글 번역기를 돌려 자료를 구한 보고서 따위는 말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사실은 통신비 비교 보고서를 볼 때 보고서가 객관성을 인정할 만한, 합리 타당한 잣대를 제시하고 있는지 스스로 경계하려는 태도다. 치우친 잣대라는 걸 알면서도 보고서를 인용하는 것은 자신과 남을 모두 기만하는 행위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