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6%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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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X(텐) 판매 저조 우려에도 지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6% 올랐다. 순이익도 25%나 수직 상승했다. 영업이익률은 26%로 업계 최고를 유지했다.

[기자수첩]26%와 1%

그러나 아이폰X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외 협력사에는 '낙수 효과'가 없었다. 아이폰용 카메라모듈과 3D 센서 등을 공급하는 LG이노텍 1분기 이익률은 1%에 그쳤다. 매출은 전년보다 4.6%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74.8%나 줄었다. 아이폰X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 분기 영업이익이 68% 급감했다. 아이폰X용 3D 센싱 관련 센서를 공급하는 오스트리아 AMS와 아이폰용 A시리즈 칩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TSMC는 2분기 매출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이들 업체는 실적 부진 원인에 대해 “스마트폰 수요 부진”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같은 시장 환경에 놓인 애플과 협력사의 실적 격차는 상당하다. 막대한 발주량을 무기로 공급 단가를 후려치는 애플의 악명 높은 구매 전략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X 가격을 고가 논란이 일 정도로 인상할 수 있은 이유는 독특한 노치 디자인과 3D 센싱 같은 혁신 부품으로부터 나왔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과실이 서플라이체인에는 고르게 돌아가지 못했다. 애플 갑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폰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독보하는 기술과 시장지배력으로 지난 1분기에 5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부품업계 아이폰 쇼크'를 피해 갔다.

'큰손' 애플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운 부품업계가 애플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방법은 혁신뿐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읽고 대체 불가능한 핵심 부품을 만들지 않으면 슈퍼 갑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애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변화 전략도 지속돼야 한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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