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한국지엠 2대 주주로서 견제장치 강화... 분기별 임시주총"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국지엠 2대 주주로서 GM본사 견제장치를 강화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회장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기별로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면서 “말이 임시주총이지 1대 주주와 2대 주주가 공식적으로 만나 정식 보고를 받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필요할 경우 1년에 한 번 주주 감사권을 허용하고, GM측에서 영업비밀을 제외한 자료 모두 내놓기로 했다”며 “이는 통상 지분 17%에 불과한 주주에게는 주지 않는 권리인데, GM이 과거 잘못한 것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견제장치 강화 일환으로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현재 한국지엠 사외이사 10명 중 산은 몫은 3명에 불과하다. 이로써 2대 주주가 1대 주주를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간 제기된 '먹튀' 논란에는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GM이 한국에서 철수하게 되면 우선주와 보유지분까지 합쳐 총 36억달러 손실을 입는다. 여기에 대출(론) 형식 신규자금(28억 달러)에서 15억달러 정도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 총 50억달러를 잃게 되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이 쉽게 철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GM도 손실 리스크를 안고 들어왔는데 이걸 '먹튀'라고 표현하는 건 불쾌하다.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국민들이 GM이 정부 지원 받고 도망간다는 인식을 받을 수 있으니 언론에서도 '먹튀'란 표현은 안 썼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GM을 10년 간 묶어두는 조건으로 산업은행 10년 비토권, GM 지분유지 조건, 3조원 신규 설비투자 등 3가지를 꼽았다. 10년 비토권을 따낸 것도 유의미한 성과지만, 신규 설비투자가 가장 강력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규설비 투자는 GM이 2027년까지 매년 2000억~3000억원씩 투자하고, 그 이후에도 (한국에) 있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면서 “후반부 5년 간 투입하는 투자비 1조원으로 국내서 자동차를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신규설비 투자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인 만큼 GM이 계약을 어길 경우 소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등감자 철회 내막도 밝혔다. 당초 산업은행은 GM의 20대1 차등감자를 요구했다. 이 회장은 “(차등감자는) 사실 (대출금) 95%를 탕감하라는 얘긴데, 기업 자산이 부채보다 많거나 비슷한데도 3조원 가까이 되는 돈(26억달러)을 탕감하라는 건 GM 입장에서 배임”이라면서도 “다만 협상 전 그 내막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GM이 '이동걸 회장이 감자를 포기했다'고 받아들일 여지가 있어 이제야 얘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