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누가 혁신을 주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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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10년 전 아이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이후 앱을 거래하는 마켓이 생겨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미디어 판도를 바꿨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데이터 발생량은 폭증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헬스케어 발전으로 이어졌다.

과거엔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TGIF'를 꼽았다. 트위터(T), 구글(G), 아이폰(I), 페이스북(F)이다. 모두 미국에서 시작된 기업이다. 트위터를 제외하면 지금도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BAT'가 그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바이두(B), 알리바바(A), 텐센트(T)가 중국을 넘어 세계 혁신을 주도한다. 전자상거래, 온·오프라인연계(O2O), 인터넷금융 등으로 시작해 지금은 스마트카·인공지능·로봇을 주력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알리바바와 텐센트 시가 총액이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2018 GE글로벌혁신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미국이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중국, 독일이 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년째 5위를 고수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추세다. 미국과 독일 혁신 지표는 하락하고 있지만 일본, 중국은 상승하고 있다.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중국과 일본이 미국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중국은 자국 혁신 환경이 '우호'라는 응답자가 2014년에 비해 49%나 상승했다. 중국에서는 한 해 600만개 기업이 탄생한다. 중국 대형 IT 기업이 M&A에 투입하는 자본은 한 해 100조원 규모다. 중국 혁신 생태계는 우리가 그토록 배우고 싶어 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닮았다. 우수한 인재가 창업하고, 좋은 스타트업에 큰 투자가 이뤄진다. 이렇게 해서 성장한 스타트업은 상장하거나 기존 기업에 M&A돼 투자금을 회수한다. 혁신 걸림돌로 간주되는 규제에 대해서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유연하니 혁신 속도는 중국이 더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222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을 넘는 스타트업)이 존재한다. 112개가 미국 기업이다. 중국 기업은 59개, 영국 기업은 13개, 인도 기업은 10개다. 한국 기업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2개에 그쳤다. 2개 기업도 글로벌 시장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중국 혁신 생태계에 존재하지 않는 요소가 하나 있다. 글로벌 시장과 세계 최고 제조 경쟁력, 방대한 고객 정보를 갖춘 대기업이 있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력할 수 있다면 우리도 글로벌 혁신을 주도할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당장 자사 제품이나 제조 라인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 또는 완성도를 갖추지 못했다면 협력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이제는 대기업도 절박해졌다. 세계 혁신 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 혁신 기업을 넘어서야 한다.

세계 혁신 기업들은 내부 인력 자원, 기술만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내부 역량만으로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대기업도 오픈 이노베이션, 스타트업과 협업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자연에서 오래 살아남는 것은 강한 생물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한 생물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도 벤처기업, 스타트업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빨리 터득하길 바란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각종 규제를 없애고 기업이 진화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길 바란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okwo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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