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수색 받은 '업비트'... 해외 거래소 제휴 구조 문제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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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사기 등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암호화폐 한푼 없이 전산을 위조해 '장부 거래'를 했다는 혐의다. 해외 거래소와 제휴를 맺어 시스템을 연동하는 구조가 장부거래 의혹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정대정 부장검사)는 10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시 강남구 업비트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회계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전산상으로 있는 것처럼 투자자를 속인 '장부 거래' 혐의(사기·사전자기록등위작행사)다.

검찰 압수수색 받은 '업비트'... 해외 거래소 제휴 구조 문제됐나

업비트는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렉스'와 독점 제휴를 맺었다. 국내에서는 거래할 수 없었던 각종 '알트코인'을 포함해 100여 종이 넘는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했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통상 10여종 안팎의 암호화폐가 상장된 것과 차별화했다.

후발주자임에도 알트코인 투자로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한때 거래규모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동시에 출범 초기부터 '거래소' 정체성에 논란이 제기됐다. 독립적인 암호화폐 거래소라기보다는 비트렉스의 국내 운영 대행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거래가 이뤄지는 각종 암호화폐 물량을 자체 확보하지 않고 비트렉스 보유분과 거래망에 의존한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자율규제안을 내놓은 한국블록체인협회 역시 이 같은 논란으로 인해 업비트 가입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린 바 있다. 업비트를 한국 거래소로 봐야할지, 미국 거래소로 봐야할지, 혹은 단순 중개업체로 분류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업비트 측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비트렉스는 비즈니스 협력 관계로 업비트를 중개업자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국내 투자자가 예치한 코인을 국내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업비트 압수수색에서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업비트가 실제 보유한 양보다 많은 암호화폐를 갖고 있는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보유하지 않은 분량을 이용자에게 판매했는지 여부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진 이후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아울러 “모든 거래와 입출금 등 서비스는 정상 운영되고 고객 자산은 안전하게 고객 계좌에 보관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코인네스트 등 거래소 3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및 사기 등 혐의로 김익환 코인네스트 대표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암호화폐 거래 실태를 점검해 위법 정황이 큰 사례들을 발견하고 이를 수사당국에 통보했다. 이 가운데 업비트 위법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