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편견에 빛 바랜 'e스포츠 강국'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대행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대행

세계에서 처음으로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이 한국에 문을 연다.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은 e스포츠 가치를 알리고 종주국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 e스포츠는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e스포츠라는 개념은 1990년대 한국에서 처음 생겼다. 20년 넘게 축적된 전문 방송 노하우와 선수 자원 등 우수한 인력 자원으로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자리에 올랐다.

물론 한국 선수 실력도 세계 최고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컴퓨터 게임 가운데 하나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은 5년 연속 한국 팀이었다.

BBC는 한국 e스포츠에 대해 2015년 “e스포츠는 노래 '강남스타일'같이 한국이 리드하는 새로운 트렌드”라고 평했다. 영국 주간지 더가디언은 2017년 “당신이 게임의 중심으로 가길 원한다면 그곳은 e스포츠 요람인 한국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 글로벌 e스포츠 산업 성장과 함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e스포츠 출발은 한국이었지만 e스포츠 가능성을 엿본 여러 나라가 정부, 민간 구분 없이 투자에 나섰다.

북미와 유럽은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선진국답게 자국 게임 지식재산권(IP)과 스포츠 미디어, 팀, 펀드, 스폰서십이 결합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IP를 확보하며 외형 성장을 이루고 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프랑스 체육부 장관이 e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한 선수 에코시스템 구축에 관해 설명하는 것을 듣고 매우 놀랐다. 세계 각국은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과 산업 이해력을 바탕으로 하여 글로벌 e스포츠 인프라가 이미 우리를 넘어섰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게임에 대한 사회 부정 인식에 가로막혀 있다. 게임을 유해물로 격하하거나 e스포츠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갖는 탓에 투자는 고사하고 국내에서는 e스포츠 후원사 영입도 쉽지 않다.

게임을 4대 중독법안에 포함시키려는 보건복지부와 게임을 유해물로 보는 일부 학부모를 대변하는 여성가족부, 여기에 문화·산업으로 진흥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 부처 간 입장 차이로 e스포츠 지원이 체계화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소수의 우수한 선수, 팀 운영 노하우 등으로 현상을 유지할 뿐이다.

최근 메가 스포츠 이벤트 인기가 점점 하락함에 따라 기존 스포츠계에서는 젊은 층을 인기 있는 e스포츠로 끌어들이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e스포츠가 아시아게임이나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지만 전통 스포츠계 관심은 e스포츠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고무 분위기에도 한국은 e스포츠가 스포츠냐는 편견과 대한체육회의 강화된 가맹 요건 탓에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체육회가 아시안게임 종목의 경우 1개 이상 시·도 체육회만 가입하면 회원단체로 승인 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시켰지만 실제로는 각 시·도 체육회가 개정안을 적용하지 않거나 형평성, 절차상 이유로 중앙회부터 가맹해야 한다며 승인을 거절하고 있다.

물론 협회도 대한체육회 가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지역을 거점으로 e스포츠 활성화 역할을 하기 위해 '공인 e스포츠 PC클럽'이라는 기초 경기시설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스포츠 환경에서 유연하지 못한 대한체육회의 자격 요건을 단기간에 만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국내외 e스포츠 업계에는 변화의 물결이 빠르게 일고 있다. 한국이 현재의 위상을 과거의 영광으로 추억하지 않으려면 한국형 e스포츠 모델 개발에 적극성을 보이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강점인 우수한 선수와 전문 인력 양성을 체계화하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학원 e스포츠부터 동호인까지 e스포츠의 스펙트럼을 촘촘히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게임업계와 상생 또한 중요하다.

한국 e스포츠가 국위 선양과 함께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부가 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대행 plan@e-sport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