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코레일-SR 통합으로 대륙철도 시대 열자

남북 평화 분위기 확산으로 경제협력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달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철도와 도로 등 단절된 교통 인프라를 다시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에 가로막힌 대륙으로의 육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경제권을 한반도 남쪽에서 한반도 전체, 나아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지난달 중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베트남 다낭에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회의가 열렸다. 우리나라는 OSJD 정회원 가입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도 북한 반대로 무산됐다.

성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우선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참석한 철도성 국제국장 등 북측 인사와 안면을 튼 것이 첫 성과였다. 오는 6월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리는 회의에 우리의 정회원 가입을 정식 의제로 올렸다. 이때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경협 분위기가 뜨겁게 달궈진 데다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북한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을 통과하면 중국을 거쳐 유럽과 동남아시아까지 이동할 수 있는 육로가 열린다. 엄청난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벌써부터 일부 경제 전문가 사이에서는 극동지역 대표 물류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승호 SR 대표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SR 노조는 “정부가 (코레일과 SR) 통합을 위한 절차를 일방으로 밟아 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출신인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취임 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놓고 'SR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오 사장은 SR 독립을 애초부터 잘못된 분리로 보았다. SR는 수익성 높은 고속철만 떼어낸 곳이어서 수익 구조가 좋을 뿐이고, 코레일은 알짜 노선은 떼어내고 적자 노선을 계속 운행해야 하는 터여서 수익 구조를 맞추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코레일 측에서는 “SR를 다시 통합해야 수서발 고속철 노선을 전국으로 확대해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고, 환승을 비롯한 운영에 더 여유가 생길 것”이라면서 “고속철에서 올린 수익으로 일반철도와 벽지 노선 등 적자 노선을 운영해야 공공성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철도는 노선만으로 경쟁할 수 있는 성질의 사업이 아니다. 속도가 생명인 고속철은 더욱 그렇다. 설령 KTX보다 SRT 서비스가 좋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도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지역에 사는 사람이 SRT를 이용하기 위해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서 서울 강남구 수서역으로 이동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지역 독점성이 강하다.

SR 노조가 주장하는 경쟁 효율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코레일 측에서 내놓은 통합 효과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SR를 통합하면 열차 운행을 하루 46회 이상 늘려 연간 1000만명 이상 더 수송할 수 있어 KTX 요금을 10%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SRT 노선을 전국으로 확대해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도 그럴 듯하다.

물론 아무리 통합 효과가 좋다고 해도 한 번 분리한 기관을 다시 통합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해당 기관 반발도 무마해야 하고, 국민과 사회 합의도 끌어내야 한다. SR 노조가 요구하는 것도 이런 소통 과정일 것이다.

지금은 우리 철도 산업이 첫 대륙 진출을 앞두고 있는 시기다. 세계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코레일과 SR 통합은 더 이상 눈치 보지 말고 서둘러야 할 과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