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D 패널 공급 이상기류…대협력 무산되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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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교차 구매로 관심을 모은 양사 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 계약이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패널 품질 검증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지만 현재 패널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가 되면서 1년 전과 상황이 달라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양사 간 패널 공급 무산 가능성도 나돌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LCD 패널 공급 협상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2016년 말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 공급을 요청하고 이듬해 삼성전자 기술 요구에 맞춘 패널을 제작했지만 이후 약 1년째 품질 검증만 계속하고 있다. 업계는 분명한 이상기류라고 관측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IPS 방식 LCD 패널 4만~5만대를 삼성전자 VD사업부에 납품했다. 올해 TV 모델에 대량 공급하기 위해 품질 검증을 하고 있지만 정식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올해 65인치는 물론 75인치까지 공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양사 간 거래가 점차 불투명해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아직 계약을 맺지 못하는 이유로 '품질 테스트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품질 테스트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물량과 가격이 계약 핵심인데 시장 상황 변화로 이에 대해 양측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시장 상황은 양사가 처음 협상을 시작한 1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2016년 말 샤프가 갑자기 패널 공급 중단을 통보하면서 패널 수급에 비상이 걸렸고,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에 공급을 요청했다. 이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그러나 협상 진행 과정에 시장 환경이 변했다. 지난해 중국 업체가 대형 패널 생산을 늘렸고, 삼성전자도 패널 공급 체계 안정화를 갖추게 됐다. 지난해 중반 이후 협상 속도도 급격히 느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패널 공급 과잉으로 패널 가격이 지속 하락하는 것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는 65인치 LCD 패널 가격이 1분기에 13~14% 하락했고, 2분기에 다시 14~16%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높은 국산 패널을 사용하기보다 BOE 등 가격이 다소 낮은 중국산 패널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LG 간 첫 거래가 별 소득 없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간 패널 공급 계약은 업계 미담으로 작용,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패널 가격과 수요·공급 상황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TV 세트사와 패널사 유불리는 항상 엇갈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사가 패널 공급 논의 시작 때 취지를 살려 상호 양보해야 계약이 될 것”이라면서 “제조사는 패널 공급사를 안정 확보해야 하고, 패널 공급사는 가격 변동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대규모 물량을 소화해 줄 수요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