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CATL, 전기차 배터리 해외영토 확장...LG·삼성 공급망 침투 시작됐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가 중국 내부를 넘어 해외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10년 이상 애플에 배터리를 공급해 온, 중국 ATL에서 분사한 CATL이 폭스바겐에 이어 다임러 글로벌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국과 일본이 95% 이상을 과점해 온 상황이다. 우리 배터리 산업이 크게 위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의 한 전시회장 CATL 부스에 설치된 전기차. BMW가 중국 합작사 BMW-브릴리언스를 통해 선보인 중국시장용 전기차에는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중국의 한 전시회장 CATL 부스에 설치된 전기차. BMW가 중국 합작사 BMW-브릴리언스를 통해 선보인 중국시장용 전기차에는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CATL이 지난 3월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벤츠 브랜드를 보유한 독일 다임러 글로벌 파트너로 최근 결정됐다. 지금까진 중국 시장용 전기차에 한해 CATL 제품을 써 왔지만 글로벌 시장용 전기차에 중국산 채택이 시작된 것이다.

폭스바겐은 종전 글로벌 파트너인 일본 파나소닉을 빼고 대신 LG화학·삼성SDI와 함께 CATL, 다임러는 3세대 프로젝트까진 SK이노베이션과 협력했지만 4세대 사업은 CATL만을 각각 선정했다.

CATL은 애플 배터리 독점사인 중국 ATL로부터 파우치형 NCM(니켈·코발트·망간) 기술을 이전받고 ATL에서 분사된 관계사다. ATL 최대 주주는 일본 TDK지만 CATL은 순수 중국 기업이다.

CATL은 지난해부터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도 내수용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했다. 자국 산업이 우선인 중국 시장 환경을 고려해도 가장 많은 고객사를 확보했다.

최근 닛산-르노 얼라이언스가 배터리로 CATL 제품을 선정하면서 현대차를 포함해 GM, BMW, 벤츠, 폭스바겐까지 공급망을 확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아직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CALT 배터리를 쓰기로 했지만 폭스바겐과 다임러는 글로벌 차량에도 CATL 제품을 넣기로 했다. GM, 폭스바겐, 르노, BMW, 벤츠 등은 글로벌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을 두고 있어 위기감이 더욱 크다.

CATL은 최근 중국 업체 처음으로 유럽에 수십 기가와트(Gwh)급 공장 설립까지 밝힌 상태다. 폭스바겐, 다임러 등 유럽 현지 물량 대응을 고려한 조치다. 닛산, 르노, GM, BMW 등 여러 완성차 제조사도 CATL 배터리가 시장 검증만 된다면 해외 물량까지도 중국산을 채택할 수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CATL 초기 대응은 중국향 전기차였지만 내수 부문 검증을 거치면서 한국과 일본보다 '가격'이 낮다는 점을 소구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한국 수준의 제조업을 갖추게 되면 우린 또다시 '기술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중국 업체 위협보다 전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라면서도 “중국산 배터리 성장 우려가 커진 만큼 내부로도 적극 대응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