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ISS·글래스루이스, 현대차 지배구조 반대...국민연금 선택이 관건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격에 이어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까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반대를 권고하면서 현대차 향후 행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현대차그룹이 기관·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우호 지분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전망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16일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추진과 관련해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달 현대차그룹 지분 약 1%를 보유한 엘리엇의 공격이 시작된 데 이어 유력 의결권 자문사까지 가세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ISS가 순환출자 규제, 자본시장법 등 국내 법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의견을 제시해 심히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ISS와 글래스 루이스의 반대 권고로 이들 영향력이 큰 외국인 주주들의 대거 이탈이 예상되면서 현대모비스 지분 9.8%를 보유한 국민연금 선택에 따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성사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주주 확정 기준(4월 기준) 현대모비스 주주는 기아차 16.9%, 정몽구 회장 7.0%, 현대제철 5.7%, 현대글로비스 0.7%, 국민연금 9.8%, 외국인 48.6%, 기관·개인 8.7%, 자사주 2.7%로 구성됐다. 이 중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한 현대차그룹 우호지분은 30.2%다. 주주총회에서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이 있는 지분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 3분의 2 이상이 안건에 찬성해야 한다.

최소 요건을 따져보면 지분 22.2%가 찬성할 경우 안건이 통과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우호지분만으로도 충족된다. 다만 이는 모두가 찬성표를 던졌을 경우다. 문제는 외국인 주주들이 대거 주총에 참석할 경우다. 참석률이 높아질수록 통과 기준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외국인 주주가 전부 참석해 모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안건은 부결된다. 이러다 보니 9.8%의 지분을 쥔 국민연금이 사실상 안건 통과를 결정지을 '캐스팅보터'라는 관측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은 다른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조만간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대한 권고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는 '반대' 의견을 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의견을 거슬러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ISS와 글래스 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촉구를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했다. 협회 측은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경영간섭과 그 부작용은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면서 “2003년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격을 시작으로 2005년 KT&G에 대한 칼아이칸, 2015년 삼성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 등이 있었고, 이번엔 현대차그룹이 그 타깃이 됐다”고 밝혔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