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 오늘의 동지' 삼성전자, 라간정밀과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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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대만 라간정밀과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간정밀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카메라용 렌즈 제조 업체이자 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을 벌인 곳이다. 삼성전자의 렌즈 구매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A6 시리즈 전면 카메라에 라간정밀 렌즈를 적용했다. 이달 초 글로벌 출시에 들어간 A6는 고화질 '셀피' 촬영이 특징인 중저가 스마트폰이다. 전면 카메라는 A6가 1600만 화소를, A6+ 모델이 2400만 화소를 지원한다. 조리개값은 두 모델 모두 F1.9다. A6 시리즈에는 라간정밀 외에도 국내 세코닉스도 공급사로 이름을 올렸다.

대만 라간정밀 홈페이지 화면(출처: 라간정밀)
<대만 라간정밀 홈페이지 화면(출처: 라간정밀)>

라간정밀 렌즈가 삼성 스마트폰에 탑재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세코닉스, 코렌, 삼성전기, 해성옵틱스 등 국내 기업 제품을 위주로 사용해왔다. 라간정밀은 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을 벌인 회사였기 때문에 양사의 관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라간정밀과 삼성의 갈등은 2013년 11월 시작됐다. 라간정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 제품에 쓰인 렌즈가 자사의 6개 항목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렌즈배열, 이미지 캡처, 얇은 렌즈 시스템 등을 문제 삼았다. 라간은 삼성전자에 손해배상도 요구했다.

이렇게 시작된 법적 공방은 계속되다 2016년 정리됐다. 양사는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지었다. 로열티 지급 여부 등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갈등을 겪었기 때문인지 이후 라간정밀과 삼성전자의 거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구조(출처: LG경제연구원)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구조(출처: LG경제연구원)>

삼성과 라간의 협력을 맺은 이유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메인 벤더인 세코닉스의 캐퍼(생산능력)이 부족해 라간정밀이 새로운 공급업체가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라간 특허를 피하기 위해 6매 렌즈를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생산 및 품질에서 몇 번 곤란을 겪은 것으로 안다”며 “기술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과 라간은 과거보다 현재 실익을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렌즈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중이다. 실제로 국내 부품 업체 외에도 중국 써니옵티컬과 같은 해외 렌즈를 새롭게 채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라간이 세계 최대 렌즈 제조사인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와 안정적 부품 수급을 위해 손잡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라간은 삼성과 협력을 사업 확장의 기회로 여겼을 것이다. 라간은 아이폰에도 렌즈를 공급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이라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두 회사를 고객사로 두는 효과가 커 협력이 성사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라간정밀은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세계 1위로 고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50%가 넘는 이익률로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수율이 100%에 육발할 정도로 생산능력이 탁월하고, 특허가 강력하다는 평가다.

라간정밀 실적 추이(출처: LG경제연구원)
<라간정밀 실적 추이(출처: LG경제연구원)>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