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과학자는 대중의 언어로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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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기초과학연구원(IBS) 품질관리팀 연구위원
<김재홍 기초과학연구원(IBS) 품질관리팀 연구위원>

매년 4월이 되면 초등학교 학생을 만나러 간다. 과학자 꿈을 처음 품은 초등학교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해가 지날수록 학생들은 과학에 흥미를 더해 간다.

올해 찾은 초등학교에서도 반짝이는 학생 눈빛을 봤다. 그 자리에서 활약한 것은 '사진'이었다. 인체에 관한 내용이 주제였다. 학생들은 인체 사진을 관찰하고 심장에 암세포가 잘 발견되지 않는 것을 간파했다. 심장이 부지런해서 암세포가 생기지 않는다거나 따뜻해서 그렇다는 나름의 추론도 내놓았다. 그날 강의에서는 '따뜻하고 부지런한 심장을 지닌 사람은 건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을 관찰하고, 이를 중심으로 질문하고 또 답을 찾는 활동으로 사진이 과학자와 대중이 소통하는 대중언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느낀 자리였다.

과학은 세심한 관찰에서 비롯한다. 우리는 원자에서 우주까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을 과학 장치 도움으로 볼 수 있다. 과학자는 관찰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 장치를 개발,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이 언어는 과학자의 공통 언어나 일반인에게 보기 좋은 사진도 된다. 사진을 보고 질문하는 초등학생도 있다. 과학자 언어가 대중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은 과학문화센터를 개관하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에 마련한 'Science Slam D' 행사는 신개념 과학 의사소통 프로그램으로 각자 연구 결과를 다양한 사진·도구·몸짓·연주 등을 활용해 소개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자리다. 중이온가속기를 구축해 찍은 원자 세계의 멋진 사진도 전시한다.

전시물 관람에는 전문 과학 지식이 필요 없다. 전시물은 과학자와 대중이 소통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방문자는 누구나 이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전시물을 관찰하고, 마음껏 과학 세상을 체험할 수 있다. 방문자가 자신의 흥미를 발견할 수 있고, 관심 이상의 멋진 상상을 찾을 때까지 탐험할 수도 있다.

행사에서는 과학자가 관람하는 시민을 위해 대중 언어로 전시물을 설명한다. 관람자 눈높이를 맞춰야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전시물에 설치된 기계 또는 로봇 설명은 대중 이해를 돕는 친절한 표현으로는 아직 부족하고, 관람자 개개인 눈높이를 모두 맞출 수 없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당신이 아는 것을 옆집 할머니에게 이해시킬 수 있다면 그것을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의 대중 이해에 대한 이 말을 곱씹어 봐야 할 시기다.

과학사회학자 브라이언 윈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우월한 지식이 대중에게 확산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학자는 과학 이야기를 끊임없이 토론 정보로 제공하고, 논쟁을 통한 생각의 충돌을 유도해야 한다. 과학자, 역사가, 심리학자, 사회학자, 커뮤니케이션 연구자, 비전문인, 언론인 시각을 동일한 공간에 모아야 한다.

서로 부딪쳐서 더 아름답거나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작용이 충돌의 미학이다. 거칠게 깨진 돌멩이를 계속 충돌시키면 모난 부분이 부서지고, 결국 예쁜 조약돌이 된다. 오답이 두려워서 정답 찾는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된다. 대중과 과학자 공동의 정답을 찾기 위한 충돌은 우리 사회 안전과 발전에 귀결된다. Science Slam D 행사와 같은 대중과 교류로 정답 찾기와 충돌의 아름다움이 지속되고 공존하는 우리 사회 새로운 진동 시작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행사에 앞서 초등학교 학생 대상으로 강연을 하면서 깨달은 소통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학생들이 작성한 후기를 읽고 사진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등 학생과 과학이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심장암이 거의 없는 이유가 온기와 운동이 지속되는 심장 특징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건강한 사회는 기초과학에 대한 따스한 이해와 지속된 소통이 필요하다.

김재홍 기초과학연구원(IBS) 품질관리팀 연구위원 jhkim68@ib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