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업포커스]스캐터랩 "지시가 아닌 대화하는 관계형 AI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스캐터랩(대표 김종윤)이 일상 대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AI에 감정을 담는다.

스캐터랩은 다음 달 말 일상대화 AI '핑퐁'에 기반을 둔 일상대화 API를 공개한다. 사람의 말을 듣고 가장 적절한 답변을 찾는 '리액션 API'와 대화에서 감정을 추출하는 '감정판단 API'를 선보인다.

스캐터랩이 추구하는 AI는 지시와 명령을 수행하는 기능형 AI가 아니라 사람과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형 AI다. 시리, 에코, 빅스비, 누구 등 기존 기능형 AI가 사람의 귀찮음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면 스캐터랩 핑퐁은 외로움을 더는 데 집중했다. 비서가 아닌 친구가 될 수 있는 AI가 목표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AI와 사람의 사랑을 다룬 영화 '허(Her)'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스캐터랩이 앞서 선보인 애플리케이션 '텍스트앳'과 커플 메신저 비트윈용 앱 '진저' 등은 연인 대화를 기반으로 AI를 고도화했다.

이를 위해 사람이 주고받은 30억개 메시지 쌍에서 발신과 수신 메시지 간 관계를 학습했다. 예를 들어 기존 AI는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어”라는 메시지에 관련 검색을 제공한다면 핑퐁은 “어쩌다가?”라는 일상 대답을 내놓는다. 대화 도중에 등장하는 메시지를 통해 대화 상대방 정보를 학습하고, 이 정보를 다음에 말을 걸 때 활용하는 식이다.

김종윤 대표는 핑퐁을 단순 AI가 아닌 '제품과 고객 관계를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김 대표는 “제품과 인간이 대화하도록 하는 깊이를 다르게 하기 위해 AI와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핑퐁을 통해 사람과 AI 애착 관계에 주목,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스캐터랩의 차별화된 AI에 벤처캐피털(VC) 투자도 이어졌다. 엔씨소프트, 소프트뱅크벤처스, 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 ES인베스터 등이 지난달 총 50억원을 투자했다. 다음 창업자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초창기 다음을 창업할 때 모습이 보인다”면서 스캐터랩 창업 초기에 엔젤로 투자했다.

스캐터랩은 일상대화 API를 소통이 필요한 각종 플랫폼과 연계가 목표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설정해 가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챗봇 서비스, 관계형 로봇과 게임 등 적용 분야도 다양하다. 머신러닝 고도화를 위한 전문 인력 확보에도 한창이다.

김 대표는 “당장 핑퐁을 통해 고객을 직접 만나기보다 핑퐁을 필요로 하는 플랫폼에 API 공급을 통한 B2B2C(기업 파트너와 최종 소비자 동시 공략) 모델로 사업을 가져가고 있다”면서 “기능형 AI와는 다른 관계형 AI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표> 스캐터랩 개요

[미래기업포커스]스캐터랩 "지시가 아닌 대화하는 관계형 AI로"
[미래기업포커스]스캐터랩 "지시가 아닌 대화하는 관계형 AI로"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