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혁신성장, 경쟁국 뛰는데 우린 걷고 있어…중요한 건 속도”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R&D 단지에서 열린 '2018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이낙연 총리,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KT 5G 기술을 이용한 동작 인식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R&D 단지에서 열린 '2018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이낙연 총리,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KT 5G 기술을 이용한 동작 인식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드론의 130㎝ 크기 흰색 드론이 300m를 날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착했다. 드론은 아이스커피와 USB 하나를 문 대통령에게 건넸다. USB 안에는 정부가 마련한 '혁신 성장 추진 성과 및 계획'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아주 뜻깊은 커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정책 성과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평가받은 혁신 성장을 점검하고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추진을 당부했다. 우리나라 성장·고용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혁신 성장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검 결과 혁신 성장 핵심 분야인 규제 혁신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경제,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는 여전히 신규 사업 진출에 가시덤불로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은 과감한 규제 혁신을 수차례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서울 마곡 R&D단지에서 가진 '2018년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국민 체감형' 혁신 성장 정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강조했다. 지난해 시동을 건 혁신 성장이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국민 체감 성과와 속도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가시 성과는 아직 부족하다”면서 “경쟁국은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면서 “국민이 성과를 체감해야 혁신 성장 붐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혁신 성장은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의 마중물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혁신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혁신해 달라고 거듭 주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 부문이 혁신 제품 초기 판로를 열어 주는 공공 수요를 과감하게 발굴해 주길 바란다”면서 “혁신 성장 걸림돌이 되는 규제 혁신도 속도를 냈으면 한다.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과감한 혁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프레젠테이션 발표에 나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혁신 성장은 속도 싸움”이라면서 “정부 2년차에는 혁신 성장이 본격화돼 성과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고대회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김 부총리 등 혁신 성장 관련 부처 장관, 선도사업별 성과우수 기업 대표, 대한상의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혁신성장 전략회의' 이후 본격 추진하고 있는 혁신 성장 정책 중간 점검 성격이 짙다. 혁신 성장 시연과 성과·사례 발표 이후에는 집담회를 열어 향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정부가 공개한 혁신 성장 성과는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도 규제 개혁 성과가 부족하다고 판단, 대표 규제를 선정해 '공론화 플랫폼' 논의를 거쳐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부총리는 “20~30개 대표 규제를 뽑아 공론화 플랫폼을 통해 혁신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생기는 이해 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합리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에 적극성을 더한 규제 개선과 기술 집약형 혁신 성장 정책을 전담할 '혁신수석'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혁신 수석이 컨트롤타워가 돼 일관되고 속도감 있는 혁신 성장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