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웨어러블 기기와 의학의 만남, 건강 100세 시대를 여는 나노 기술

현대의학의 발전은 장수를 바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문제는 병으로 고통 받으며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젊은 날의 활력을 유지하며 건강히 오래 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질병에 대응하는 의학의 패러다임도 치료에서 진단과 예방으로 전환 중이다. 여기 더해 더 효율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개인의 유전적 소질을 고려해 약 처방과 재활을 달리 하는 유전자 맞춤 치료가 그 예이다.

[KISTI 과학향기]웨어러블 기기와 의학의 만남, 건강 100세 시대를 여는 나노 기술

이는 모두 초소형 반도체와 생체 소자 같은 나노 기술(NT), 사물인터넷 같은 정보통신 기술(IT), 합성 신약이나 진단 기술 같은 생명 공학 기술(BT)의 결합으로 가능하다. 이런 기술은 의료기기를 더 작고 더 편리하게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내 몸의 기능을 검사한다. 바야흐로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휴대용 헬스키트가 내게 맞는 건강 기준을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생기면 즉각 주치의에게 알려 원격으로 진료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기업은 점차 소형화·휴대화되는 헬스케어 관련 기술과 장비가 보건 증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의 성작 동력임을 깨달아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애플은 헬스킷(health kit), 구글은 구글핏(google fit)이라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어 스마트폰 건강앱과 연결되는,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만들어 생활밀착형 헬스 서비스 산업을 창출했다.

과학기술 강국인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로 국민의 건강 증진과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의료 분야의 나노 기술 R&D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건강 100세 시대를 여는 뛰어난 헬스케어 기반 나노 기술 성과를 알아보자.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피부 부착 웨어러블 기기

현재 시장에 나온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들은 대부분 딱딱한 기판 위에 전자 소자를 만들고 이 소자들을 액세서리 형태로 단순히 입거나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했다. 이 기기들은 실제로 입고 착용할 수는 있으나 부피가 크고 무거워 일상에서 생활하기에 다소 불편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의 김대형 교수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노 물질을 사용해 운동 장애 질환을 진단하고 결과에 따라 치료까지 가능한 웨어러블 전자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전자소자에 사용하는 실리콘 웨이퍼 같은 딱딱한 기판 대신 얇은 패치에 나노 박막과 나노 입자를 배열해 휘거나 늘일 수 있는 전자소자를 제작했다. 이 전자 소자는 매우 얇고 가벼우며, 패치 위에 인쇄한 뒤 피부에 부착해 모양이 변해도 성능이 유지된다.

사진1. 웨어러블 전자소자를 집적시킨 의료용 패치를 피부위에 부착한 사진이다. 파킨슨 병의 주요 증상인 떨림 현상을 센서로 모니터링하고 측정 결과를 메모리 디바이스에 저장한다. (출처: IBS)
사진1. 웨어러블 전자소자를 집적시킨 의료용 패치를 피부위에 부착한 사진이다. 파킨슨 병의 주요 증상인 떨림 현상을 센서로 모니터링하고 측정 결과를 메모리 디바이스에 저장한다. (출처: IBS)

'피부 부착형 웨어러블 의료용 전자패치'라 할 수 있는 이 나노 소재에는 운동 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센서, 측정 데이터 저장을 위한 메모리, 치료를 위한 전자히터가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파킨슨병과 같은 운동 장애 질환의 발병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해 측정 결과를 메모리에 저장하고 저장된 정보의 패턴을 진단하며 필요시 피부에 약물을 투여하기까지 한다. 전자히터가 내는 열을 통해 실리카 나노 입자 안에 들어 있는 약물을 피부에 주입하는 것이다.

나노 물질에 기반을 둔 피부 부착 웨어러블 전자시스템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획기적인 장치이다. 나노 미터 단위의 의료기기는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 기기를 이용한 원격 진료를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로 만들 것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환자 맞춤 영상 진단 의료기기

이처럼 나노 수준의 전자소자를 활용하는 높은 수준의 웨어러블 기술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환자를 진단하는 미래 헬스케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송태경 교수가 이끄는 'ICT 융합 지능형 모바일 초음파 영상 장치 개발 및 융합 의료기기 상용화' 공동 연구진 역시 이러한 시도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태경 교수 연구팀은 초음파 센서 및 송수신 회로를 탑재한 초음파 스마트 진단 장치와 스마트 진단 장치가 보내온 초음파 신호를 스마트폰의 GPU를 활용하여 영상으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와 더불어 원격진료에 필요한 무선전송 기술, 사용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술과 영상자동 최적화 기술도 함께 만들었다.

기존의 초음파 영상 장치를 이용한 검사는 거대한 초음파 센서와 이를 처리하는 별도의 기계 장치를 사용했기에, 병원과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모바일 초음파 영상 장치는 환자가 평소에 생활하는 장소에서 초음파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로서, 병원 중심의 기존 의료 서비스를 환자 중심의 현장 진단, 진료 체계로 전환하고자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사진 2. 스마트 진단 장치로 촬영한 초음파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이 복잡한 신호와 영상을 자동으로 처리하여 초음파 영상을 보여주는 휴대용 모바일 초음파 영상 장치. (출처: 서강대)
사진 2. 스마트 진단 장치로 촬영한 초음파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이 복잡한 신호와 영상을 자동으로 처리하여 초음파 영상을 보여주는 휴대용 모바일 초음파 영상 장치. (출처: 서강대)

IT, BT, NT를 융합한 휴대용 초음파 영상 진단 장치는 질병을 조기에 진단에 진단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이루어지게 해 건강한 삶을 증진함과 동시에 국가 의료 비용이 상승하는 것을 억제한다. 또 다른 장치에 비해 저가로 공급이 가능해 저개발 국가의 낙후된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이렇게 현재 기술로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질병을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적 치료로 더 쾌적한 삶을 만드는 나노 기술 기반 헬스케어 의료 기기는 마치 옷처럼 우리 곁에 머물며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체화된 기술로 진보하고 있다.

글: 오경준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