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WSJ "ICO 1450건 중 271건이 사기"...표절, 가짜 경영진 등 문제 심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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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50건의 디지털 코인 프로젝트를 검토해본 결과 이 중 271건이 백서 표절, 원금 보장, 가짜 경영진 등을 내세운 사기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WSJ은 17일(현지시간) 2014년부터 영어로 된 1450건의 ICO 등 관련 프로젝트를 검토한 결과 모금된 금액이 최소 50억달러 이상이며, 이 중 사기로 의심되는 거래가 상당수라고 보도했다.

특히 검토 결과 사기로 의심되는 271건의 암호화폐공개(ICO)에 투자자들이 10억달러(약 1조8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규제와 소송 등으로 투자자들은 이미 2억73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ICO, 코인 판매 등을 통해 투자자는 디지털 토큰을 얻고, 개발자는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입증되지 않거나 사기 혐의가 짙은 프로젝트가 너무 많다고 WSJ은 지적했다.

대부분의 ICO에는 '백서'가 있다. 백서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코인 발행 목표와 프로젝트의 기술적 세부 사항을 상세히 기술하는 문서다.

그런데 WSJ가 검토한 결과 111개의 문서에서 문장을 그대로 베껴 쓴 광범위한 표절 흔적을 발견했다. 표절로 나타난 부분은 마케팅 계획, 보안 문제, 데이터베이스 운용 등과 같이 독특한 기술 기능으로 다른 자료를 복사해 사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백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어떠한 위험도 없이 원금 및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는 24개의 회사를 확인했다. 매주 수익을 약속하거나 2배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플렉스콥스(PlexCorps)는 ICO를 진행하면서 터무니없는 보상을 약속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회사 자산 동결이라는 제재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 회사 1개월 내에 무려 1354%의 이익을 약속, 1500만달러를 모금한 바 있다.

회사의 평판을 올리기 위해 가공의 인물로 경영진을 만드는 극단적 사례도 확인했다.

'프리미엄 트레이드(Premium Trade)'라는 스타트업의 경우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 임원으로 소개된 5명의 이미지는 500개의 다른 웹사이트에서도 발견됐다. WSJ 확인 결과 CEO 사진으로 올라간 사람은 사진작가의 친구였으며, 전문적으로 사진모델로 활동하는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실체 없는 사람의 사진을 올린 것이다.

또 폴란드 은행원 제니쉬 미라니의 사진은 전혀 관련 없는 온라인 결제회사의 공동창업자인 제레미 보커로 도용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SEC 등 미 금융당국은 ICO를 포함해 민간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이런 자금조달 방법이 증권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사기 거래 유형을 알리는 것과 함께 지난해 12월 이래 총 4건의 ICO 관련 기업과 개인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