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장 선임 또 외부 입김?

자격 논란…'낙하산 인사'·'깜깜이 인선' 여전 지적

대우건설, 사장 선임 또 외부 입김?

[전자신문인터넷 최정환기자] 대우건설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최종 면접이 18일 오전 9시부터 서울 모처에서 진행되면서 사장 선임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우건설 안팎에서는 과거 박창민 전 사장 낙하산 인사 당시와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우건설 신임 사장 최종 후보는 김형 전 삼성물산 부사장과 이석 전 삼성물산 부사장, 양희선 전 두산건설 사장, 현동호 전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장 등 4명이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거론됐던 대우건설 전·현직 임원과 외부 유력인사들까지 모두 빠졌다.

그동안 많은 후보들이 다수의 언론을 통해 과거 실적, 능력, 인품, 도덕성 등을 검증받았던 것에 견줘 이번 최종 후보 4명 중 외부인인 3명은 어떤 경로로도 전혀 거론이 되지 않아 말 그대로 깜깜이 인선이 돼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 노조 등으로부터 자격 논란에 휩싸이며 적잖은 반발을 사고 있다.

김형 전 부사장은 1956년 생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토목과를 졸업했다.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 상무로 재직하다 2011년 삼성물산으로 옮겨 시빌(토목)사업부 부사장을 지낸 김 전 부사장은 2014년 싱크홀(땅 꺼짐) 문제로 시끄러웠던 서울지하철 9호선 공사 책임자였다. 올해 말 준공되는 이 공사는 지난해 말까지 원가율이 139%에 달했고 준공기준 원가율 150%가 예상돼 김형 부사장 퇴임의 원인이 된 프로젝트다.

특히 현대건설 재직 당시인 2000년대 초, 광양항 컨테이너 3단계 2차 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며 발주처의 항만청 공직자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건으로 광주지방검찰청에 구속 수감된 전력도 있다.

이석 전 부사장은 1958년 생으로 용산고와 서울대 농토목과를 졸업했다. 현대건설을 거쳐 삼성물산에서 시빌사업부를 맡으면서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했다. 이 사업은 삼성물산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프로젝트로 6조 4000억원 규모의 철광석 광산 및 관련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공사다. 삼성물산은 로이힐 프로젝트에서 8700억원 넘게 손실을 봤고 추가로 나올 부실까지 합하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양희선 전 두산건설 사장은 1954년생으로 광주일고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두산중공업을 거쳐 2013년에 두산건설 대표이사를 맡아 2015년 5월까지 2년간 두산건설을 경영했다. 당시 두산건설의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무통인 양 전사장이 투입됐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 지 못하고 재직 2년 만에 물러났다. 재무 전문가로서 영업이나 현장관리 등에 핸디캡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동호 전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장은 1956년생으로 경성고와 성균관대 건축과를 졸업했다.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장과 외주구매본부장을 거쳐 대우조선해양건설 대표를 지냈다. 2013년 대우건설 사장 선임 당시 박영식 전 사장, 조응수 전 부사장과 경선을 벌여 박영식 전 사장에게 밀렸다. 당시 박근혜 정권 청와대 비서실장인 허태열과 성균관대 동문이라는 후광을 업고 응모했고 잠깐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산업은행을 담당하면서 산은 내의 성균관대 출신 인맥과 친분이 두터워졌다는 게 업계의 풍문이다. 현재 대우건설 송문선 대표도 성균관대 출신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 대표를 맡은 첫해 310여억원의 손실처리를 하면서 전임자에게 부실책임을 떠넘겨 비난을 샀으며, 이후 2년동안 빅배스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지 못했다. 올 초 회사를 인수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와 배임문제로 현재 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경영능력이나 기타 능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외부 힘으로 밀어붙였던 과거 박창민 전 사장 선임때와 비슷한 부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등의 우려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이동걸 산은회장의 금융위 시절 뒤를 돌봐줬던 여당의 거물 국회의원 에 대한 보은인사다', '청와대 유력 인사가 직접 나서서 움직였다', '산은 내의 주요 학맥이 작용하고 있다' 등의 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깜깜이 인사를 하다보니 사추위원들까지 모두 말 잘듣는 사람으로 채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우건설 사외이사 2명과 산업은행 사외이사 1명은 산은 의사에 반기를 들 수 없는 존재이고 외부인사 1명 또한 전영삼 부행장의 같은 대학, 같은 과 1년 선후배인 막역한 사이 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걸 회장이 올 초 대우건설의 새로운 사장은 판관포청천 같은 사람이 돼야한다고 한 말이 허언이 돼가고 있다"며 "대우건설 노조도 이번 인사에서 과거와 같은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면 끝까지 투쟁해서라도 저지시키겠다고 성명서를 발표한 상황이라 이번 인선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환기자 admor7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