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보다 연료비 비싼 '수소전기차'..."어떻게 보급해"

우리나라 수소전기차 충전요금이 경유(디젤)차와 비교해 경제성이 떨어지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친환경차 중에 가장 많은 차량 구매 보조금(3250만~3500만원)을 지급하며 수소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지만, 정작 충전요금은 큰 매력이 없다. 수소전기차 이용자는 물론이고 민간 충전소 업계 입장에서도 수익성은 크게 떨어진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은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수소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사용 가능한 6곳의 전국 수소충전소의 ㎏당 충전요금이 팔룡(창원)충전소가 1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진곡·광산(광주)충전소가 8500원, 내포(충남)충전소와 옥동·매암(울산)충전소가 각각 7400원, 7000원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가격 편차는 울산·여수·대산 등 석유화학단지 중심으로 수소가 생산됨에 따라 충전소 간 운송거리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수소 생산 인근 지역에 수소전기차 보급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주휴게소에서 수소충전 중인 '넥쏘(NEXO)'. 이 수소충전소는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 중에 임시 운영됐고 현재는 철수한 상태다.
여주휴게소에서 수소충전 중인 '넥쏘(NEXO)'. 이 수소충전소는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 중에 임시 운영됐고 현재는 철수한 상태다.

수소전기차의 연료비 경쟁력은 동급 디젤차와 낮거나 비슷했다.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의 경우 디젤 리터(약 1300원) 당 14㎞를 주행하는데 600㎞를 달리면 5만5000원의 연료비가 든다. 동급 차량인 수소전기차 '넥쏘(수소탱크용량 6.3㎏)'로 같은 거리를 주행할 경우 최고 6만3000원(창원)에서 최저 4만4100원(울산)이 드는 셈이다. 디젤 차량의 5분의 1도 안되는 전기차와 비교해 부생에너지를 활용한다는 이점이 크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이에 업계는 일정 수소전기차 수요까지 정부의 충전요금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권성욱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실장은 “지금의 수소전기차 충전요금은 소비자나 충전 민간 사업자 모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며 “수소충전 가격은 발전 단가 이하로 판매되는 전기차 충전요금과 달리 수요증가에 따라 수소충전요금 인하 요인이 매우 크기 때문에 충전요금 보조금 지원 등 정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수소전기차 충전요금은 kg당 16달러로 요금은 우리보다 두 배가량 높지만, 정부가 1만5000달러 상당의 충전카드(3년간 사용)를 무상 지급한다. 일본은 수소 유통업체에 거리 등에 따라 운송 보조금을 지급한다. 두 나라 모두 민간 시장 창출을 위해 요금 정책에 관여하기 보다는 일정 수요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와 달리 지금의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산업이면서, 우리가 선행 기술까지 보유한 분야다”며 “친환경 조성은 물론 글로벌 시장 경쟁력까지 높일 분야인 만큼 정부의 산업·시장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월 공개된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는 예약 판매를 시작한지 나흘 만에 1016대의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정부가 당초 계획한 올해 보조금 지원 물량 240대를 4배 넘은 수다. 현재 국내 판매된 수소전기차는 현대차 '투싼ix' 등 200여대다.

【표】전국 수소전기차 충전소 충전요금 현황(자료 각사)

디젤차보다 연료비 비싼 '수소전기차'..."어떻게 보급해"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