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K하이닉스, 샴페인은 이르다

중국이 도시바메모리 사업 매각을 최종 승인했다. 미국, 유럽, 대만 등 7개국에 이어 막판까지 오리무중이던 중국이 독점금지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승인하면서 반도체 빅딜이 성사됐다. 인수 대상자인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은 다음 달 1일까지 인수액 2조엔(약 19조5000억원)을 납부하면 모든 매각 절차가 끝난다. 지난해 9월부터 계약 작업이 시작됐으니 성사까지 8개월이 걸린 셈이다.

컨소시엄 주요 멤버인 SK하이닉스가 수혜주로 꼽힌다. 당장 낸시플래시 시장에서 입지가 넓어졌다. 2017년 4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도시바는 17.2%로 삼성전자(38.3%)에 이어 2위다. SK하이닉스는 11.2%로 5위다. 삼성에 이어 낸드 시장 2위로 껑충 뛰었다. 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의 약한 고리였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중국을 견제한 점도 큰 성과다. 폭스콘 등 중국권 기업으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렇다고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아직 이르다. 인수 효과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SK는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간접 참여했다. 직접 투자가 아니어서 효과가 제한된다. SK는 앞으로 10년 동안 의결권 지분 15%를 초과할 수 없고, 기밀 정보 접근도 차단된다. 도시바메모리 의결권 지분은 연합컨소시엄, 도시바(도시바메모리 모회사), 일본 호야가 각각 49.9%·40.2%·9.9%로 나눠 갖는다. 시장도 정중동이다. D램은 약진하지만 낸드플래시 가격은 보합세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 평균 거래 가격은 5달러대로,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째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도시바 인수는 큰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당장 주판알부터 퉁기면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 된다. 도시바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장기 차원으로 시장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포기하지 않는 '뚝심'이 주효했다고 한다. 또 한 번의 뚝심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