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 별세...시대의 경영자 영면

LG그룹 '기술개발력 제고' '세계화 추진' 등 제2 경영혁신 주도

구본무 LG 회장
구본무 LG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LG그룹은 이날 오전 9시 52분께 구 회장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뇌수술을 받았으며, 통원 치료를 하다 최근 상태가 악화하면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LG 관계자는 “고인은 1년간 투병생활을 하는 가운데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평소 밝혔다”면서 “장례도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 유지와 유족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르고 공개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외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기로 했고, 애도의 뜻은 마음으로 전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게 유족의 뜻”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자신으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 손자이자 구자경 LG 명예회장 장남으로 'LG가 3대 총수'인 고인은 지난 1995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았다. 연세대를 다니다가 미국 애슐랜드대 경영학과와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럭키에 입사했다. 이후 럭키 유지총괄본부장에 이어 금성사 이사, 럭키금성 기획조정실 전무, 럭키금성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1989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됐으며, 이밖에 LG상록재단 이사장과 LG연암문화재단 이사장, LG프로야구 구단주 등도 지냈다.

고인은 다양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핵심 사업인 전기·전자와 화학 사업은 물론 통신서비스,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거듭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도 경영, 가치창조형 일등주의, 도전주의와 시장선도 등을 경영 이념으로 삼으며 LG그룹의 '기술개발력 제고'와 '세계화 추진' 등 제2의 경영혁신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4조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 'LG사이언스파크'를 건립하며 LG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 연구개발(R&D)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구 회장이 타계하면서 LG그룹 경영은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쥐게 됐다.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장남으로, 2004년 고인의 양자로 입적된 구 상무는 다음달 29일 열릴 ㈜LG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계기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는 그룹 지주회사인 ㈜LG 하현회 부회장을 비롯한 6명의 '전문경영인 부회장단'에게 계열사별 현장 경영을 맡기고 자신은 큰 틀의 경영 좌표를 제시하면서 신성장 사업 발굴에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와병 중이던 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 총괄 경영을 맡았던 구본준 부회장은 당분간은 과도체제에서 구 상무에게 '조언자' 역할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계열 분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식 씨와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 딸 연경·연수 씨가 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