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모리 중심 컴퓨팅, 빠른 대응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 핵심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부상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는 핵심, 메모리반도체는 보조'라는 인식이 무너지고, 컴퓨팅 분야에서 메모리가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CPU와 메모리간 병목을 줄여 연산 성능을 극대화하는 '메모리 중심 컴퓨팅'이 자리잡고 있다. CPU-메모리-스토리지(저장장치) 구조로 돼 있는 현재 컴퓨터 구조를 CPU-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CM)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러 컴퓨터가 데이터를 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메모리 풀을 서로 공유하는 방식이이어서 처리해야할 데이터 양이 많아질수록 효율성이 높아진다.

이같은 흐름을 인지한 세계 컴퓨팅·반도체·소프트웨어·솔루션 업계는 컴퓨팅 환경의 근본적 변화와 재설계 방향을 주시하며 주도권 확보에 힘쓰고 있다. 기득권인 CPU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새 판을 짜고자하는 인텔과 새로운 표준을 수립해 새 시장을 주도하려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업계 싸움이 치열하다. 여기에 세계 1위 서버업체 HPE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AMD, ARM, 델EMC 등 반도체·소프트웨어 업체와 합종연횡을 통해 새로운 메모리 인터페이스 개발을 기획하는 등 새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강국이다. 세계 1, 2위 업체가 모두 우리 기업이다. '메모리 중심 컴퓨팅'이 몰고 올 변화는 우리에게 큰 기회다. 하지만 주도권을 잃으면 현상 유지에 그치게 된다. 실기로 이어지면 급변하는 환경에서 뒤쳐질 수도 있다. 새 패러다임에서 주도적 지위를 지켜야 한다. 다행히 최근 메모리 중심 컴퓨팅과 관련한 국책 과제가 진행되는 등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무관심했던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큰 변혁 분야는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 정보 공유 틀도 만들어야 한다. 많은 연구와 실증도 필요하다. 메모리반도체 강국코리아 유지를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정부 역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