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블록체인 현장을 가다]<3>핀란드-적극적인 정부 "작은 기업이 혜택 볼 것"

VTT(Technical Research Centre of Finland)는 핀란드 국책연구 기관이다. 북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500명 리서치 인력이 바이오, 핵, 게임, 사물인터넷(IoT)을 연구한다.

VTT는 수년 전부터 블록체인을 연구했다. 비트코인이 투자처로 부상하기 전이다. 아르또 리카리 VTT 선임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블록체인 부흥 과제 '본드(Bond)'를 총괄하는 프로젝트매니저(PM)다. 본드 프로젝트에는 VTT, 알토대학을 포함한 정부·학교 3개 연구소가 참여한다. 노키아를 비롯한 에너지, 사물인터넷 회사까지 모두 9개사가 합류했다.

리카리 PM은 “본드는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 모델 개발이 메인”이라면서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 열풍과) 다른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바라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드 프로젝트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물류와 건축감리에서 블록체인 유스 케이스를 발굴했다. 리카리 PM에 따르면 한 핀란드 기업은 IBM과 협력해 무역에서 아이템을 추적하고 내용물을 확인하는데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해 성과를 거뒀다.

빌딩 건축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체크하는 감리 과정에도 블록체인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 리카리 PM은 “다수 참가자가 관련된 여러 정보를 타임라인을 따라가면서 확인하는 작업에서 효율을 높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까지 발굴한 유스 케이스들은 기존 시스템에 대해 신뢰와 보안을 담보하는 목적이 크다”고 덧붙였다.

VTT와 핀란드 정부는 지난해부터 업계에서 블록체인 시스템을 추진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50여명을 모았다. 이들을 통해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지 체크한다.

리카리 PM은 “EU 각국에서 비슷한 일이 진행되고 있어 각 나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모아 부흥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또 리카리 VTT 본드 프로젝트매니(PM)
아르또 리카리 VTT 본드 프로젝트매니(PM)

핀란드 정부는 블록체인 난제와 한계도 주목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결국 블록체인을 시장과 생태계에 정착시키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리카리 PM은 현재 블록체인이 가진 문제점으로 △참여자가 많을수록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고 △국제적으로 아이덴티티(신분증명)을 하기 쉽지 않으며 △한번 들어간 정보를 수정하기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때문에 글로벌 프로젝트는 참여자를 검증하는 단계를 보강해야하고, 정보를 입력하기 전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카리 PM은 언급한 한계가 블록체인의 문제가 아닌 '블록체인도 가진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콘셉트로 검증한 블록체인이 실제로 사용되려면 여러 단계가 남았다”면서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길게 본다면 블록체인은 기존 산업 형태를 일부 대체하며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리카리 PM은 특히 작은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정보를 규합해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작은기업도 정보 기여도에 따라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리카리 PM은 “큰 기업도 자기 안에 정보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분산된 정보를 좀 더 잘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헬싱키(핀란드)=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