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블록체인 현장을 가다]<3>핀란드-공공거래부터 OS까지 부는 새로운 물결

노키아와 슈퍼셀. 핀란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노키아는 피처폰 시절 세계무대를 주름 잡았다. 슈퍼셀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모바일게임으로 글로벌 이용자를 사로잡았다.

핀란드는 북유럽 국가 중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가장 친숙한 문화를 가졌다. 블록체인은 수년 전부터 유럽연합(EU)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반을 다졌다.

핀란드는 공공 영역에서 블록체인을 가미한 시스템 개선을 추진한다. 블록체인이 정보 신뢰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로 판단했다. 휴대폰과 모바일게임 강국답게 스마트폰용 블록체인 운용체계(OS)도 벌써 선보였다.

◇부동산거래 블록체인 위에서 신뢰와 효율 상승

투마로우랩은 2년 전 헬싱키에서 창업한 회사다. 이들은 핀란드 정부와 협조해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부동산거래 시스템을 만든다.

사미 홍코넨 투마로우랩 CEO는 “디지털로 부동산 소유를 이전 시키는 프로젝트”라며 “정부, 구매자, 판매자, 은행이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서류 작업과 세금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법을 바꿔 2019년 1월부터 기존 종이서류로 작성하던 부동산거래를 디지털로도 가능하게 만든다. 법에 블록체인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다.

핀란드는 대부분 건물이 1950년대 이전에 지어져 권리 관계가 길고 복잡하다.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으로 건물을 유지한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거래에 참가하는 이들이 좀 더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암호화폐 없이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 기능을 구현한다.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만난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조건을 합의하면 은행과 정부가 건물에 관련된 채무 등 금융정보를 동시에 확인하고 소유권 이전을 인정하는 형태다. 이 과정을 완료하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전송된다. 동일한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행위 등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

홍코넨 대표는 “대출, 권리 등을 확인하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서류작업을 줄일 수 있다”면서 “정부와 은행이 같이 검증에 참여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예방하는 장점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방법으로도 이 같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이유는 “현재 기술 중 가장 신뢰성과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창업한 투마로우랩 임직원들이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거래 시스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창업한 투마로우랩 임직원들이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거래 시스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미 홍코넨 투마로우랩 CEO 겸 창업자
사미 홍코넨 투마로우랩 CEO 겸 창업자

◇블록체인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OS

안티 사르지오 지피 대표는 노키아 스마트폰 OS 심비안과 미고 프로젝트를 계승한 욜라(Jolla) 창업자다. 그는 최근 지피(Zippie)를 새로 설립, 스마트폰용 블록체인 OS를 선보였다.

사르지오 대표는 “삼성전자 하드웨어에 올라가는 OS 안드로이드를 구글이 만든다면 우리는 안드로이드에 올라가는 블록체인 OS를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홍콩에 법인을 둔 지피 프로젝트에는 노키아 출신을 비롯한 글로벌 인력이 참여한다.

지피 OS는 최근 프리세일에 들어가는 스마트폰 '블랙튜어'에 탑재됐다. 블랙튜어는 미국 흑인 사회를 겨냥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

지피는 블랙튜어에서 '블록체인 통합 디지털 지갑'과 '토큰 기반 보상 프로그램'을 담당한다. 사르지오 대표는 “각종 블록체인 앱을 통합해 관리하고 이들을 쓰며 보상을 쌓는 OS”라고 설명했다. 지갑과 개인키를 손쉽게 관리하면서 결제 편의성을 제공한다. 암호화폐와 달러를 연계하는 기능을 제공해 활용도를 높였다. 이더리움 기반 ERC20 표준 토큰을 쓴다.

사르지오 대표는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광고에 맞춰진 플랫폼”이라면서 “그 다음 단계인 e커머스에 적합한 OS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피는 흑인사회 커뮤니티에 주목했다. 독특한 유대감을 형성한 '아프리카 아메리칸'이 블록체인이 주효하게 작동하는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로 블랙튜어는 흑인 문화에 어울리는 독자 이모티콘을 적용하는 등 채팅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블랙튜어는 블록체인 OS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지피는 향후 OS에 빅데이터를 사고파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개인이 쌓은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취지다.
사르지오 대표는 “예를 들어 자신이 있는 곳에 유명한 음식점을 추천하고 쿠폰 대신 코인으로 보상하는 것”이라고 구상을 소개했다. 커뮤니티와 e커머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빅데이터가 결합하면 새로운 형태 소비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티 사르지오 지피 대표가 블랙튜어에 적용한 블록체인 OS 지피를 설명하고 있다.
안티 사르지오 지피 대표가 블랙튜어에 적용한 블록체인 OS 지피를 설명하고 있다.

헬싱키(핀란드)=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